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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와 라면, 가전제품과 커피…한 지붕 두 가족, 그 이유는 [쿠킹]

중앙일보

입력

‘뭉쳐야 산다’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확보하고 새로운 고객을 만들기 위한, F&B업계 고민이 낳은 풍경이다. 패션·금융·가전 등 전혀 다른 업계의 브랜드와 ‘한 지붕 두 가족’을 꾸리거나 햄버거 가게에 도넛 자판기를 설치하거나 치킨과 피자를 함께 판다.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매장 안의 매장, 숍인숍(Shop in Shop)이다. 최근 F&B 업계의 숍인숍 트렌드를 살펴봤다.

서울 명동에 자리한 라이프워크 매장. 브랜드 캐릭터 옆에 신라면 조형물이 있다. 송정 기자

서울 명동에 자리한 라이프워크 매장. 브랜드 캐릭터 옆에 신라면 조형물이 있다. 송정 기자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역 부근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라이프워크’ 매장 앞. 브랜드를 대표하는 강아지 캐릭터 '라독'이 지나가는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라독 옆엔 익숙한 붉은색의 ‘신라면’ 조형물이 놓여있다. 농심은 이곳 지하 1층 식료품 판매 공간에 약 20㎡ 규모의 전용 브랜드 존을 설치했다. 농심의 다양한 라면을 소개하는 전시존과 즉석라면조리기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게 꾸렸다. 방문자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인 매장 특징을 고려해,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동시에 줄 수 있도록 구성한 것. 농심 관계자는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고, 협업한 라이프워크라는 브랜드는 해외에서 젊은 층에 인지도가 높다. K-라면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라 생각해 협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존 안에는 라면이 전시돼 있고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다. 사진 농심.

브랜드존 안에는 라면이 전시돼 있고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다. 사진 농심.

브랜드 간의 협업은 이미 팬을 확보한 타사의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마케팅 전문가 윤세노(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강사)씨는 "브랜드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성패는 얼마나 많은 팬을 확보하는지에 달렸다"며 "F&B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미 많은 팬을 확보했거나 고객 수가 많은 타 업종과 협업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리고 경험해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협업은 매장의 유동인구나 성향 등을 따져, 적합성을 따진다. 특히 고객 수가 많고 일상과 밀접한 업종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7월 서울 오목교역 인근에 자리한 LG전자 베스트샵 목동점에 최초로 숍인숍 매장을 열었다. 기존의 가전 매장 한쪽을 활용한 것으로, 주문을 위한 키오스크 옆엔 LG전자 대표 제품인 ‘스탠바이미’를 설치해 신메뉴를 소개하거나 시네마 빔을 통해 브랜드 영상을 상영한다. 지난 13일 찾은 매장은 매장 간 이동이 자유로워 노트북을 구경하다 다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어 편리했다. 커피를 마시며 온라인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체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인 오프라인 공간이 숍인숍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LG전자 베스트샵 목동점에 숍인숍 형태로 운영 중인 투썸플레이스 오목교역점. 사진 투썸플레이스

LG전자 베스트샵 목동점에 숍인숍 형태로 운영 중인 투썸플레이스 오목교역점. 사진 투썸플레이스

은행과 협업한 사례도 있다. 스템커피는 서초동에 자리한 KB국민은행 서초동종합금융센터 1층, 은행 창구와 로비로 사용해오던 공간에 매장을 열었다. 카페와 은행의 일체화된 공간 구성해 커피를 마시며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윤세노 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모르는 브랜드를 찾아가기 어렵다. 가전이나 은행 같은 대중적인 업종은 고객 전환율을 높이기 좋은 협업 채널이다”고 덧붙였다.윤세노 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모르는 브랜드를 찾아가기 어렵다. 가전이나 은행 같은 대중적인 업종은 고객 전환율을 높이기 좋은 협업 채널이다”고 덧붙였다.

같은 먹거리도 뭉치면 시너지가 난다. 요즘처럼 소비 심리가 위축됐을 땐 특히 운영의 효율은 높이고 매출은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일본후비기』의 저자 김인권 J트렌트 칼럼니스트는 “앞서 긴 불황을 겪은 일본은 두 개의 브랜드가 함께 입점한 복합 매장뿐 아니라 점심, 저녁, 밤 시간대에 각각 다른 메뉴를 파는 공유 레스토랑 등 다양한 개념의 숍인숍이 익숙하다”며 “이로써 매장은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소비자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식구 간의 협업이 늘고 있다. 롯데GRS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있는 롯데리아 매장을 롯데리아와 크리스피크림도넛을 함께 판매하는 복합매장으로 탈바꿈해 이달 초 다시 문을 열었다. 가림막이 없어 브랜드간에 자유롭게 오가며 이용이 가능하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재형(32)씨는 “동료와 함께 와서 각자 원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고, 햄버거를 먹고 디저트로 도넛을 사 갈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또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글레이즈드를 따뜻하게 제공할 수 있는 도넛 온장고와 24시간 도넛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매장 인력 투입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무인 키오스크는 저시력자와 고령층을 위한 음성 안내 기능을 추가했고, 주방엔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패티조리)’을 도입했다.

롯데리아와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이 함께 있는 매장. 사진 각 브랜드.

롯데리아와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이 함께 있는 매장. 사진 각 브랜드.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올 초, 피자까지 판매하는 1개 매장, 2개 가맹점 형태의 매장을 오픈 했다. 가맹점의 수익 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햄버거는 주로 점심에, 피자는 저녁에 많이 팔리는 점을 고려해, 매출 공백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맘스터치는 이러한 전략 매장을 2025년까지 2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제품 가짓수가 많다고 무조건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협업하는 브랜드나, 함께 판매하는 메뉴가 서로에게 시너지를 끌어내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의 소비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 푸드 콘텐트 디렉터 김혜준씨는 “커피숍 계산대에 스콘이나 초콜릿을 진열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소비하도록 유도하듯, 복합매장은 고객의 소비 패턴을 정확히 분석하고 계산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공간 활용을 넘어 매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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