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빅5 전공의 오늘 전원사직 예고...용산 "국민만 보고 가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건 안 된다”며 “의사 정원 확대는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건 안 된다”며 “의사 정원 확대는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빅5 등 주요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19일까지 전원 사직하고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의하는 등 집단행동이 잇따를 조짐을 보이면서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만 보고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면서 “의사들께서는 부디 의료 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료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대학들이 함께 신중하게 논의하고 검증을 마친 결과치”라고도 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종합대책)를 통해 의사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 총리는 “의료사고 처리 특별법을 제정해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필수의료 의사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나선 배경은 진료 공백 우려의 현실화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16일 현재 전국 23개 병원 7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상태다.

관련기사

아직 사직서가 수리된 경우는 없지만, 빅5 병원 전공의들이 20일 오전부터 근무하지 않기로 결의한 상태여서 진료 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19일부터 예정된 수술의 절반 이상을 취소하기로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20일에는 응급수술만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역시 수술과 입원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환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정부의 엄정 대응 방침이 유지되고 있는 데는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은 환자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국민만 보고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의대 정원 이슈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인식과도 연결돼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 확대와 관련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에 달했다. 또 18일 발표된 CBS 노컷뉴스(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 15~16일 1007명) 여론조사에도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이전보다 더 높게 나왔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 이슈를 들고나온 시점과 맞물려 반등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의 흐름과는 별개로 병원 내에서는 전공의들의 이탈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전공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20일부터 출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불만이 큰 데다 일부 교수나 선배 의사들이 이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응원한다’면서 단체 행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4년 차 전공의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은 “500명을 (증원)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으로 소청과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SNS에 공유된 글에서 그는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은 더는 견디기 괴롭다”면서 “소청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말했다.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사직서 제출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전공의 등의 단기 참관을 모집한다”는 인천의 한 정형외과의 구인 글이 올라왔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한다는 한 원장은 “의대생·전공의의 정신적 고통에 따른 치료 진단 서류 발급을 전국 최저가로 도와준다”고 적었다. 휴학·사직 원인을 ‘개인적 사유’로 보이게끔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SNS에는 “(전공의가 빠지면) 당직을 대신 서겠다” “사직서를 내고 월급이 나오지 않는 전공의에게 월급 70%를 지원하겠다”는 의사 선배의 글도 올라왔다.

한 총리의 담화문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에 위헌적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며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하는 정부의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복지부와 지자체가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운영 중”이라며 “상급병원은 입원·중증진료를 중심으로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전국 400곳의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