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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바이든의 車노조 달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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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9월 14일(현지시간)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를 찾아 제너럴모터스(GE)의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9월 14일(현지시간)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를 찾아 제너럴모터스(GE)의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내세운 '차량 배기가스 배출 제한 기준'을 느슨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지를 구하는 상황에서 '표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관련 사안에 밝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UAW의 요구대로 전기차 도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미 환경보호청(EPA)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차량 배기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대폭 줄이는 내용의 제한 기준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자동차 업계는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계획 발표 당시 EPA는 "이 기준을 도입하면 현재 7.6%인 전기차 비중이 2032년에는 67%를 차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노조의 거센 반발에 이 같은 전기차 도입 일정을 한 박자 늦추며 완화하기로 했다. 소식통들은 "2032년까지 67%라는 목표는 유지하되 2030년까진 배기가스 기준을 서서히 강화하고, 2030년 이후부터 그 기준을 대폭 끌어올려 전기차 판매를 급격히 늘리도록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 같은 수정안은 늦어도 올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했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UAW는 지난해 새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공개되자 "일자리 우려가 해결되기 전에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량 해고를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 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게 들기 때문에 필요한 노동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UAW 측은 "전기차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전기차산업에 맞는) 새 노조 설립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바이든에 등을 돌리고 있던 UAW는 지난달 24일 돌연 지지 선언을 약속했다. NYT는 이 시기를 놓고 "EPA가 백악관에 전기차 도입 일정과 관련한 완화된 기준을 보고한 이후"라고 전했다. 재선 승리를 위해 UAW의 지지가 목마른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중 최초로 지난달 자동차 노조 파업에 동참하는 등 '친(親) 노조 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한 박자 늦춰지면서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0'에 수렴하게 한다는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임스 글린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2030년까지 차량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렌에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회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렌에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회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 때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전기차를 둘러싼 광기를 끝내버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SNS를 통해선 "모든 자동차 노동자는 나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며 "나는 관세나 다른 수단을 동원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숀 페인 UAW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동차산업을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NYT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州)가 이번 대선의 중요한 경합주(스윙스테이트)라는 점을 고려해 전기차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선 노조원들이 대거 트럼프에게 투표하면서 미시간주의 승리를 도왔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이 이곳에서 트럼프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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