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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보조금 제외’ 세부 규정 발표…한·중 합작법인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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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자동차 회사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에 탑승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자동차 회사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에 탑승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되는 ‘외국 우려기업’(FEOC)에 대한 세부 규정을 다음달 1일(현지시간) 발표할 전망이다. 현재로썬 중국 국영기업이 FEOC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고, 이들 기업의 배터리나 부품, 핵심광물을 쓴 전기차 제품에 대해 공제 혜택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미 정부가 한국과 중국의 합작법인도 FEOC에 포함시킬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재무부가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되는 FEOC 관련 세부규정을 12월 1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배터리나 부품,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중국 국영기업이 우선적으로 FEOC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전기차 회사 리비안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전기차 회사 리비안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7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재무부는 지난 3월 2024년부터 배터리 부품, 2025년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이 FEOC에서 조달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IRA에선 FEOC를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4개국 중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것이 중국뿐이라서다.

하지만 IRA을 시행한 지 1년여가 지나도록 세부 지침이 나오지 않아 관련 업계의 애를 태워왔다. 한국 정부도 지난 6월 미국에 FEOC 정의를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5월 경북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퓨처엠, 중국 절강화유코발트 간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박용선 경북도의회 부의장, 이달희 경북도경제부지사,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천 쉬에화 중국 절강화유코바트 회장, 이강덕 포항시장, 백인규 포항시의장. 뉴스1

지난 5월 경북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퓨처엠, 중국 절강화유코발트 간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박용선 경북도의회 부의장, 이달희 경북도경제부지사,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천 쉬에화 중국 절강화유코바트 회장, 이강덕 포항시장, 백인규 포항시의장. 뉴스1

세부 규정의 가장 큰 관건은 합작 기업이다. 중국은 한국·미국 기업 등과 합작 형태의 법인을 설립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으로 FEOC를 우회했다. 실제로 LG화학은 화유코발트와 1조2000억원,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중국 거린메이(GEM)와 손잡고 1조2100억원을 들여 전북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중국 CNGR(중웨이·中偉) 등과 경북 포항에 1조5000억원을 들여 니켈·전구체 생산 계획을 세웠다. 국내 업계도 이번 FEOC 세부 규정 발표에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중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술로 만들어진 미국 기업의 배터리에 대한 세액공제 자격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가 미국 포드와 손잡고 지난 2월 미국에 합작공장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포드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CATL의 기술협력을 받는 방식으로 IRA 규제를 피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2023 인터내셔널 모터쇼에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2023 인터내셔널 모터쇼에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재무부는 중국 민간기업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미국 및 제3국 기업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고심해 왔다. FEOC 범위를 너무 넓게 잡으면 세액공제 대상이 대폭 축소돼 친환경 전기차 확산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면 자국 내 제조업 보호·육성이라는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선 배터리와 광물 공급 등에서 중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걸 고려하면 FEOC를 엄격히 적용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 하원이 CATL과 포드의 합작공장 설립을 중단시킨 것처럼 정치권의 강경론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번엔 재무부가 합작기업에 관한 중국 기업 지분율, 중국산 부품 및 광물의 허용 범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정도의 절충안을 FEOC 세부규정에 담을 거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 FEOC 규정에 맞춰 소유 구조를 조정하려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중국 자본 지분 허용률은 50%, 중국 부품 및 광물의 최소 기준치는 25% 정도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한국 이차전지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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