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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추락사 이은 나발니 사망…사라지는 푸틴의 정적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정치인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수감 중 사망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 또 한 명 사라졌다.

러시아 측은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었으며 응급처치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서방에서는 푸틴 정권이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적을 제거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푸틴의 홍차’부터 프리고진 의문의 추락…사라진 푸틴 정적

16일(현지시간) 주 세르비아 러시아 대사관 앞에 이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사진과 꽃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주 세르비아 러시아 대사관 앞에 이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사진과 꽃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는 20여년간 수많은 정적들이 암살됐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06년 11월 발생한 ‘홍차 독살’이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영국에서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문제의 찻잔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이 사건은 이른바 ‘푸틴의 홍차’라는 단어를 남겼다.

같은 해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자택으로 가는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체첸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등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에 앞장서왔다.

지난 2013년에는 푸틴 대통령에게 숙청당해 영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런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운전사가 숨지는 등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겼으나 결국 숨졌다.

2015년에는 푸틴 대통령과 갈라선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비판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이끌던 인물이다.

의문의 죽음 당한 푸틴의 정적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신 종합]

의문의 죽음 당한 푸틴의 정적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신 종합]

지난해 9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이들 외에도 포브스의 러시아 편집장이었던 폴 클레브니코프가 2004년 총에 맞아 사망하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던 반 푸틴 정치인 데니스 보로넨코프는 2017년 키이우에서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푸틴 대통령에 반대 목소리를 낸 인사들이 줄줄이 암살당했다.

지난해 8월에는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다 추락사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켜 크렘린궁에 위협적인 인물로 부상한 상태였다. 서방 매체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 항공사고가 아니라 반란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처벌’일 수 있다는 추정이 이어졌다.

美 “러시아의 나약함과 부패 보여줘”

지난 2019년 2월 24일,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모스크바에서 2015년 암살당한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의 추모식에 참여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수감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2월 24일,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모스크바에서 2015년 암살당한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의 추모식에 참여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수감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서방 각국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전제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크렘린궁의 반대파 탄압의 역사는 길고 추악하다”며 나발니의 사망이 사실이라면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러시아의 나약함과 부패를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평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푸틴이 자국민의 반대 의견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없다”며 “독재에 용기 있게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보 협정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나발니는 용기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다”며 그의 사망 소식은 “러시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신호”라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푸틴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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