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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깊은 의식 차 "또 하나의 장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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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육군본부는 최근 휴전 후 지금까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범사들간에 육성·핸드마이크 등을 통한 대화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모두 8개 분야 30항목으로 분류해놓은 병사들의 남북대화를 통해 통일의 현주소를 가늠해본다.
다음은 그 요약이다.
◇김일성 우상화
남=김일성이 신통력을 갖고 있다는데.
북=김일성 장군님은 12세 때 가랑잎을 타고 압록강을 건너 조국통일을 위해 투쟁했다.
남=김일성과 하나님 중 누가 더 위대하다고 여기는가.
북=하나님이 나무젓가락만큼 높이 있다면, 주석님은 태양과 같은 존재이시다.
◇주체사상
남=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도 이제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대한과 영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할 정도로 정치민주화를 실시하고 있는데 북한은 왜 그런가.
북=소련이 남조선과 수교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도 없거니와 너희 남조선이 오히려 소련에 달라붙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겠나.
남=우리는 언론·출판의 자유가 있어 공산권서적이나 북한관련 책들을 마음대로 구입해 볼 수 있다. 내가 호기심에 주체사상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 너무나 날조되고 국민을 기만하는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아무리 떠들어도 세계인민이 널리 읽고 있는 주체사상이 제일이다.
◇정치체제
남=동구권 개혁에서 보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자본주의국가가 정치·경제 등 모든 면에서 사회주의국기보다 우월한 것이 증명되고 있는데.
북=사회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지금 남조선의 일반인민들은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퇴폐성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
남=내가 만40세가 넘으면 기필코 대통령에 출마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주석이 한번 돼 볼 생각은 없는가.
북=우리 북반부에서는 위대하신 김일성 장군님과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선생님이 계시는데 어떻게 주석 꿈을 꾸겠는가.
남=전세계 모든 나라를 찾아봐도 1백% 투표에 1백% 찬성을 하는 나라는 없다.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이나 죽어 가는 환자 등 불가피하게 빠지는 사람이 20만명은 될 것 같은데.
북=우리는 복수후보보다는 단일후보에, 1백% 투표, 1백% 찬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법행위를 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바쁜 일로 50명이나 1백명, 그 이상이 빠졌다고 해도 전체주민들에서 그들은 소수다.
계산을 하면 소수점 이하이므로 그들을 빼더라도 1백%가 되는 것이다.
◇무역
남=자유대한은 세계무역 10대국가로 성장해 연간 1백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북=경제적으로 돈을 번다해도 그 돈은 미제가 착취하고 부자 놈들이 빼앗아가니 인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허덕이고 있다. 헛된 자랑 말라.
남=수출액이 6백18억 달러나 되는데 식민지경제라고 일컫는 곳은 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북=북조선이야 자립경제이기 때문에 외국에 도움을 주면 주었지 받는 일은 없지만 남조선은 미제 식민지경제로서 외국에 손을 빌려야 하는 거지들이 아닌가.
◇의식주생활
남=이번 추석 때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만도 소6만 마리 분이 팔렸다고 한다.
북=얼마나 굶주렸으면 명절 때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처먹는가.
남=자유대한에는 자동판매기가 곳곳에 설치돼있어 단추만 누르면 그 자리에서 차나 라면 같은 음식이 나오는데 북한에도 그런 것이 있나.
북=가만히 앉아서 요구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기계는 세상에 없다.
남=북한을 방문한 조총련간부의 말에 의하면 아직도 농촌에는 낡은 집이 대부분이며 그것도 부족해 2칸 정도의 작은 집에서 7, 8명의 가족이 산다는데.
북=북반부를 헐뜯기 위해 없는 사실을 조작해 지껄이지 말라. 의식주를 해결한지 이미 오래다.
◇의료실태
남=우리는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돼 전 국민이 골고루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 있다.
북=공화국은 무상치료제도이며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찾아 치료해준다. 위대하신 수령님 은덕과 친애하는 김정일 지도자의 무상치료 덕택에 60청춘, 90회갑을 이룩했다고 인민들이 노래하고 있다.
◇생활실태
남=북한에서는 전기보일러 위에다 밥을 한다는데 우리는 이제 단추 하나만 누르면 불이 붙는 가스레인지로 밥과 찌개를 하며 생선 등은 전자레인지로 구워먹는다.
북=가스로 밥을 해먹는 나라가 어디 있나.
남=평양집회를 실시하면서 외국상품의 유입이 많아졌다는데.
북=인민들이 평양축전이 열리기 전까지는 외제물건을 직접 써보기 힘들었으나 이번 축전으로 의제의 효용가치를 많이 알았다. 특히 가전제품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통제생활
남=북조선의 형법은 우리와 내통한 자는 무조건 처형하고 반 국가사범은 재판절차도 없이 특별 독재대상구역 등에서 강제노역을 시키며 수용하고 있지 않나.
북=우리 형법에는 북조선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있지만 통일문제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사회범죄
남=북한에서는 음식물·옷·생필품 등에 대한 도둑질이 자주 일어난다는데.
북=북조선은 민족고유의 미풍양속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도둑질, 그 자체를 모르고 있다.
남=북한 내에서는 주민끼리 편싸움을 해도 한쪽이 죽지 않는 한 안전원들이 간섭을 않는다는데.
북=싸워서 맞은 사람이 손해다. 인민들은 개인의 사사로운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혁명과업 수행만이 우리의 할 일이다.
◇언론통제
남=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려 인민들에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철칙이다.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보도하지 않는다면 인민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북=인민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언론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조선에서는 갖가지 사고와 사건들이 판치는 것을 보도하니까 더욱 더 확산되는 것이다.
남=북한은 신문이나 방송으로 남한의 사회비리에 대해 매일같이 비난하면서 너희 사회비리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북=사회주의건설에 필요한 내용만 보도하고 방송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교육
남=북한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방향이 김일성 우상화로 돼있는데.
북=김일성 수령님께서는 모래를 쥐었다 놓으면 쌀로 변하고 솔방울을 주워 던지면 수류탄으로 폭발하는데 그 이상 훌륭한 교육이 어디 있나.<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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