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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주안의 시시각각

추미애·최강욱의 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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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에서 여한 없이 권력을 행사한 사람을 꼽으라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빠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유효타가 드물어 오히려 윤 대통령을 돋보이게 했다는 평을 들었다. 추 전 장관은 되려 문 전 대통령에게 문책성 경질을 당했고, 최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한 수사로 의원직을 잃었다.

'고발사주' 사건서 뜻밖 역할 기여

성과가 의욕에 못 미쳤던 두 사람의 공격은 의외의 지점에서 폭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지난달 31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추 전 장관과 최 전 의원이 손 검사장 수사를 이끌진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2020년 4월 최 전 의원과 유시민 작가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이다. 이 고발장엔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위원장이 피해자로 적시됐다.

2020년 7월 국회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2020년 7월 국회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수사 과정에서 최 전 의원의 생일이 결정적 단서로 떠올랐다. 법원은 최 전 의원의 주민등록상 생일이 5월이지만 일부 법조인 인물정보에 3월로 기재된 사실에 주목했다. 손 검사장이 보낸 고발장에 기재된 ‘피고발인 최강욱’의 생년월일은 5월이 아닌 3월이었다. 고발장 전송 1시간 40분 전쯤 손 검사장의 부하 검사가 해당 인물정보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생일이 두 개로 혼재한 최 전 의원 인물정보가 손 검사장을 궁지로 몰았다.
추 전 장관은 최 전 의원처럼 사건 당사자는 아니다. 한데 요즘 검찰 안팎에선 2020년 1~2월 추 전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가 회자한다. 2019년 12월 조국 전 장관이 전격 기소된 직후 윤 대통령 측근을 일제히 좌천시켰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 위원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갔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정보 책임자로 법무부는 손 검사장을 낙점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범죄정보 책임자 인사를 할 때는 검찰총장의 의중을 반영하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사전에 긴밀히 상의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는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검찰총장 고립이 인사의 목표였다. 손 검사장은 윤 대통령이 선호하는 특수통이 아닌 데다 근무 인연도 별로 없어 법무부가 안심하고 인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왜 손 검사장은 법무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당시 인사에서 추 전 장관 측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만 집중적으로 살피면서 한 위원장 부분을 간과했다”는 게 또 다른 전직 검찰 간부의 해석이다. 손 검사장은 한 위원장과 같은 시기 대검에 근무했고, 둘 다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윤 대통령 무력화에 골몰했던 추 전 장관이 정작 정보 책임자를 놓쳤다는 하마평이 나왔다. 덕분에 윤 대통령은 천군만마를 얻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상황이 반전됐다. 추 전 장관이 결과적으로 묘수를 둔 모양새가 됐다.

검찰 견제 가능성 보여준 공수처

지난 과오 극복할 2대 처장 기대

추 전 장관과 최 전 의원이 뜻밖의 기여를 했지만, 실세 검사 관련 사건이 폭발력 있는 1차 결론에 다다르는 과정에 공수처 역할이 컸다. 검찰이 수사를 맡았다면 핵심 간부를 이 정도로 추궁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정부 출범한 공수처는 ‘야당수사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여당이 되고 나니 핵심 권력을 견제한 결과로 이어졌다. 비록 여야 합의를 짓밟고 졸속으로 출범시킨 기구라 해도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면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김진욱 초대 처장 퇴임 후 한 달 가까이 후임자가 없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정부 때 공수처장을 정권 뜻대로 고를 수 있게 만든 민주당 덕분에 현 정부는 부담도 적다. 윤 대통령이 임명할 2대 공수처장의 면모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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