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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독일·덴마크 순방 나흘 앞 연기…외교가 “이례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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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돼 있던 독일과 덴마크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호남을 찾아 민생토론회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14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초 오는 18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각각 국빈, 공식 방문하기로 하고 구체적 일정을 조율해 왔지만, 이를 순연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순방 연기는 취임 후 처음이다.

순방 연기설은 지난달 말부터 정부 안팎에서 공공연히 나왔다. 대통령실은 “여러 요인을 고려했다”고만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의 대담에 대한 여론의 추이, 의대 인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파업 가능성, 북한의 연이은 위협 및 도발 우려 등 다양한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건희 여사의 순방 동행 여부도 관심사였다. 김 여사는 최근 외부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통상 국빈 방문에는 배우자가 동행하기 때문에 김 여사가 가지 않는 것도 또 다른 뒷말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윤 대통령이 순방으로 얻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각국 정상의 순방 일정 변경이 드문 일은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23년 만의 독일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 이어 10월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한국 국빈 방문을 연기했다.

우리나라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KBS 제작 거부 사태로 미주 지역 순방 일정을 축소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유럽 순방을 취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여파로 멕시코 순방을 연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미국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그럼에도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연기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실은 “독일·덴마크 측과 조율을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도 양국을 상대로 각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상 방문은 무산됐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상호 교류하는 방안도 열려 있다.

이날 여권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다음 주 독일·덴마크 순방을 연기하는 대신 호남을 찾아 민생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도 ‘호남을 첨단산업단지와 문화복합단지가 어우러지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지역으로 호남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광주를 예로 들며 “차세대 자동차 연구소, AI(인공지능) 연구원 등의 건립을 검토하고 있고 문화 관련 국립 시설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하순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14일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 보도에 대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도 정례 회견에서 총리의 방한 계획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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