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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나흘 앞두고 돌연 해외순방 미뤘다…외교가 "이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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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됐던 독일과 덴마크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윤 대통령이 순방을 연기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14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초 다음주에 독일과 덴마크를 각각 국빈, 공식 방문하기로 하고 상대국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었으나 이를 순연하기로 했다.

순방 취소설은 지난달 말부터 정부 안팎에서 공공연히 나왔다.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다 순방으로 얻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윤 대통령이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여러 요인"을 고려했다고만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의 대담에 대한 여론의 추이, 의대 인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파업 가능성, 북한의 연이은 위협 및 도발 우려 등 다양한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번 순방을 앞두고선 김건희 여사의 동행 여부도 관심사였다. 김 여사는 최근 외부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통상 국빈 방문에는 배우자가 동행하기 때문에 김 여사가 가지 않는 것도 또다른 뒷말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국가 정상의 해외 방문 일정이 취소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을 국빈 방문하려 했지만,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며 방문을 연기했었다. 지난해 10월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하려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인한 중동 지역 위기로 인해 이를 연기했다.

역대 대통령도 순방을 연기하거나 일정을 변경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KBS 제작 거부 사태로 미주 지역 순방 일정을 축소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유럽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여파로 멕시코 순방을 연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미국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독일·덴마크 순방 순연을 두고 외교가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그것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독일, 덴마크 측과 조율을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일과 덴마크를 상대로 각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상 방문은 무산됐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상호 교류하는 방안도 열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최고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를 혁파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한국이 전 세계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은 관련 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출자한 기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외국인 투자기업 투자액은 약 327억 달러(43조 680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을 언급한 뒤 “이제는 정부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세제(혜택)와 지원을 여러분에게 아끼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대한민국에 투자하신 외국인 투자기업에 정부가 해드려야 하는 반대급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과 예산이 좌우하는 분야는 국회와 잘 협조해 이른 시일 내로 사업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대통령이 관장하는 법령과 하위 예산으로 할 수 있는 분야는 저희가 적극적으로 풀어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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