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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12) 사마의가 공손연을 처단하고 어린 조방이 황제에 오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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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년. 삼국은 오랜만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조예는 사마의를 태위에 임명하고 군마를 총지휘하며 모든 국경을 지키도록 했습니다. 조예는 허창에 궁전을 건축하더니 낙양에도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실시했습니다. 궁궐은 높다랗고 연못은 거대했습니다. 박사 마균의 감독 아래 3만 명의 장인과 30여만 명의 인부들이 밤낮없이 공사에 동원되었습니다. 백성들의 원망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사도(司徒) 동심이 죽음을 무릅쓰고 표를 올려 중지할 것을 간청했지만 겨우 목숨만 구했습니다. 이후 또다시 표를 올리는 자는 누구든 참수형에 처했습니다. 조예의 욕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마균을 불러 물었습니다.

조예의 궁궐 건축 명령에 동원된 수십만 명의 백성.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예의 궁궐 건축 명령에 동원된 수십만 명의 백성. 출처=예슝(葉雄) 화백

짐은 높다란 대(臺)와 각(閣)을 세우고 신선들과 사귀면서 불로장생하는 방법을 찾고 싶도다!

한나라 조정 스물네 명의 황제 중 오직 무제만이 가장 오랫동안 제위를 누리셨고 나이도 가장 많았습니다. 대개 하늘의 해와 달의 정수의 기를 드시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장안 궁중에 백량대를 세우고 대 위에 동상 하나를 세웠는데 그 동상은 손으로 승로반(承露盤)이라는 큰 쟁반을 들고 있습니다. 삼경에 북두에서 내리는 이슬을 받는 것인데, 천장(天漿)이라고도 하고 감로(甘露)라고도 부르는 물입니다. 이 물에 좋은 옥을 가루로 내어 섞어 마시면 늙은 사람이 다시 소년이 된다고 합니다.

너는 당장 인부를 이끌고 밤을 도와 장안으로 가서 동상을 끌어내려 방림원으로 옮겨다 설치하라.

마균은 1만 명의 인부를 이끌고 장안으로 달려가 동상과 승로반을 가지고 낙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예는 기뻐하며 조칙을 내려 천하의 미녀를 뽑아 방림원에 두었습니다. 뭇 관리들이 표를 올려 간했지만 조예는 듣지 않았습니다. 조예는 황제에 오르기 전에 모 황후를 가장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황제에 오른 후에는 곽 부인을 총애했습니다. 조예는 곽 부인과 늘 상림원에서 즐겼습니다. 궁인들에게는 모 황후가 알지 못 하게 했습니다. 모 황후는 조예가 달포가 넘도록 본전(本殿)으로 들어오지 않자 궁인들을 이끌고 취화루(翠花樓)에서 시름을 달랬습니다. 어디선가 맑고 고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디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냐?

성상께서 곽 부인과 함께 어화원(御花園)에서 꽃구경을 하시며 술을 드시고 계십니다.

폐하! 어제 북원에서의 꽃놀이는 재미가 진진하셨지요?

당장 어제 시중들던 사람을 모두 잡아다 목을 베어라!

모 황후는 크게 놀라 궁으로 돌아왔지만 조예는 즉시 조서를 내려 모 황후를 사사(賜死) 하고 곽 부인을 황후로 삼았습니다. 조정의 신하들은 누구 한 명 간섭하고 나서는 자가 없었습니다. 모종강은 이 부분을 읽고는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후대의 잘못은 전대의 잘못에 뿌리를 두고 일어난다. 조조가 조강지처를 버리는 일을 앞에서 저질렀기 때문에 조예가 뒤에서 본받아 우씨(虞氏)를 버렸고, 조비가 견 황후를 죽이는 일을 앞에서 저질렀기 때문에 조예가 뒤에서 본받아 모 황후를 죽였다. 모 씨는 견 씨보다 바르게 시집온 편이지만 죽임을 당한 것은 견 씨와 매일반이었다. 조예는 일찍이 사슴을 쏘는 일로 아버지를 비꼬았는데 그 역시 모 씨를 죽였으니 그의 아버지와 다를 것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잘못을 본받는 것이 더욱 심했다.’

조예가 횡포를 저지르고 있을 때, 유주자사(幽州刺史) 관구검이 표를 올렸습니다. 요동의 공손연이 반란을 일으켜 스스로 연왕(燕王)이라고 칭하며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예는 매우 놀라 즉시 사마의를 불러들여 계책을 협의했습니다.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신이 거느리고 있는 기병과 보병 등 관군 4만 명이면 충분히 역적들을 무찌를 수 있습니다.

경의 군사가 적고 길이 멀어 수복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소.

군사가 많아야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전술전략을 어떻게 베푸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신은 폐하의 홍복에 힘입어 반드시 공손연을 잡아다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경의 생각에는 공손연이 어떻게 움직일 것 같소?

공손연이 만일 성을 버리고 미리 도망친다면 그것이 상책이고, 요수에 의거하며 대군을 막는다면 그것이 중책이고, 양평성만 지키려 한다면 그것은 하책이니 반드시 신에게 잡힐 것입니다.

공손연은 사마의의 계책대로 중책을 펴다가 하책으로 돌아서서 양평성만 지켰습니다. 사마의는 가을장마임에도 군사를 물리지 않고 낙양에서 군량을 운반하며 양평성의 포위를 풀지 않았습니다. 공손연은 성 안에서 양식이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원망의 소리가 들리자 겁이 났습니다. 사자를 보내 항복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호통쳤습니다.

전쟁의 대요(大要)는 다섯 가지다. 싸울 수 있으면 싸워야 하고, 싸울 수 없으면 지켜야 하고, 지킬 수 없으면 달아나야 하고, 달아날 수 없으면 항복해야 하고, 항복할 수 없으면 죽는 수밖에 없다.

결국 공손연 부자는 몰래 달아나려다가 사마의의 계략에 걸려 참수당했습니다. 사마의는 공손연에게 모반하면 안 된다고 간하다가 피살된 가범과 윤직을 장사 지내고 자손들을 영화롭게 했습니다.

한편, 조예는 모 황후가 수십 명의 궁녀를 이끌고 통곡하면서 목숨을 내놓으라는 꿈을 꾸고는 그때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병세가 점점 심해졌습니다. 조예는 조진의 아들 조상을 대장군으로 삼아 정사를 총괄토록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급히 사마의를 불러 말했습니다.

짐은 경을 다시 만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는데 오늘 만났으니 죽어도 한이 없소.

신은 도중에서 폐하의 성체가 편치 않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날개라도 돋아 대궐로 날아올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습니다. 오늘 용안을 뵙게 되었으니 신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 옵니다.

얻어온 자식인 조방에게 제위를 넘긴 조예. 출처=예슝(葉雄) 화백

얻어온 자식인 조방에게 제위를 넘긴 조예.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예는 태자 조방과 대장군 조상, 시중 유방과 손자 등을 불러놓고 사마의의 손을 잡으며 태자를 부탁했습니다. 태자를 불러서는 사마의를 아버지처럼 모시도록 일렀습니다. 조방이 사마의의 목을 끌어안고 놓지 않자 조예가 말했습니다.

태위는 잊지 마시오. 오늘 어린 자식이 떨어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조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손으로 태자를 가리키다 곧 죽고 말았습니다. 36세의 젊은 나이였습니다. 사마의와 조상은 즉시 태자 조방을 받들어 황제로 즉위시켰습니다. 조방은 조예가 얻어온 아들로 궁중에서 은밀하게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깊은 사연은 아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모종강이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겠지요. 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습니다.

‘조조의 아버지가 얻어온 자식이었고, 조비의 손자가 역시 얻어온 자식이었다. 아버지가 얻어온 자식이라면 전의 세계(世系)는 여기서부터 문란해지는 것이고, 손자가 얻어온 자식이라면 후의 종사(宗祀)는 거기서 끊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조 씨의 대업은 진이 선위 받기를 기다릴 것도 없이 조방이 제위를 이으면서 이미 끊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조방이 임성왕(任城王) 조해의 자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종실에서 입양한다는 것을 어째서 대신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겼으며 또한, 전해주지 않아 그의 근본을 알 수 없게 만들었겠는가? 조비는 그 자리를 얻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얻어온 자식은 힘 한번 들이지 않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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