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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당 1억 주는데, 세금이 3800만원…부영이 꺼내든 묘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원들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의 출생장려금을 지급한 부영그룹이 이를 급여가 아닌 증여 방식으로 지급해 주목받고 있다. 부영그룹은 세금 때문에 증여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으로 지급하면 세금으로 3800만원이 책정돼 실수령액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직원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규모는 총 70억원이다. 연합뉴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직원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규모는 총 70억원이다. 연합뉴스

현행 소득세 과세표준상 연소득이 1억5000만원~3억원일 경우 소득세율은 38%다. 만일 직원의 급여가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출산장려금 1억원에 대해선 3800만원을 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한 세무 전문가는 "같은 회사를 다니더라도 개인마다 적용받는 한계세율은 다 다르지만, 대략 30%대의 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네 부영그룹은 직원의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임금 대신 증여 방식을 택한 것이다. 보수가 아닌 상여금 등 다른 형태로 지급하더라도 모두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된다.

증여 방식으로 장려금을 지급할 경우 과세표준상 10%인 1000만원만 세금으로 납부하면 된다.

앞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출산장려금 기부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기부금 수령자에게는 면세 대상으로 삼아 다른 소득과 합산 처리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기부자에게도 소득 공제 혜택을 부여해 기부금 확대를 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의 증여 방식의 출산장려금이 일반화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장려금을 임금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또 기부금 방식을 통해 세금이 빠져나가는 등 뜻밖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저출산 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예외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여지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 회장의 제안에 대해 "(가능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해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해마다 증가해 2022년 50조원을 넘겼다. 국회예정처가 발표한 ‘인구위기 대응을 위한 저출산 정책 및 재정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2012년 11조1000억원, 2016년 21조4000억원, 2022년 51조7000억원으로 점차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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