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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의 억지력 상실” 폼페이오의 경고…긴장 관리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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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동안 증인으로 함께 참석한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이 듣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패네타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 참여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동안 증인으로 함께 참석한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이 듣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패네타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 참여했다. [워싱턴=AP 뉴시스]

하원에서 “유럽·중동 이어 아시아도 억지력 잃기 직전”

트럼프 재집권 대비 한·미 동맹,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미국의 전직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글로벌 억지력 상실을 진단하며,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전쟁 불사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이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패네타와 함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원 ‘미·중 경쟁특별위원회’ 청문회에 나란히 출석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군사적) 억지력을 상실했다”며 “아시아에서도 억지력을 잃기 직전이며 이미 잃었단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미국이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을 전 세계가 목도했기에 폼페이오 전 장관의 지적을 반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아시아에서도 미국이 억지력을 상실하기 직전이란 진단은 우리에게 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미·중 패권 갈등이 지난해 11월 미·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전략 경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과 대만이 양안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할 경우 이미 두 개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치르고 있는 미국이 과연 동북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여서 더욱 우려스럽다.

패네타 전 장관은 청문회에서 “전 세계 독재자들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몇 달 안에 북한이 한국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의도를 놓고 ‘전쟁 가능성’과 ‘김정은의 허풍’이란 시각이 엇갈리지만, 한국 정부가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이유다.

그제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북한의 다각적 도발 가능성에 시나리오별로 정교한 대비 계획을 완비하라”고 주문했다.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해야겠지만, 도발하지 못하도록 선제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안보 전략의 큰 틀에서 보면 빈틈없는 한·미 동맹이 기본이다. 여기에다 한·일 관계 강화를 통해 한·미·일 공조 체제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것이 도발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신고립주의’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개입이 줄고 영향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북·중·러가 경쟁적으로 한·일 관계를 약한 고리로 여겨 한·미·일 안보협력 구도 흔들기에 나설 것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한·일 관계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