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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발 사주’ 손준성 징역형, 검찰 중립 다시 도마 위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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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 공판 출석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손 검사장은 이날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스1]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 공판 출석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손 검사장은 이날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스1]

법원 “검찰권 남용 등 혐의 인정” 징역 1년 선고

재판 중 검사장 승진…검찰 중립 확보 의지 의문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최강욱 전 의원을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보낸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어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그가 검찰 핵심 간부로서 검찰권을 남용한 사실이 인정됐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검찰에 적대적인 정치권 인사들을 고발하는 문서를 2020년 4월 외부에 직접 전달했다는 것이 ‘고발 사주’ 사건의 요지다. 김웅 의원에게서 고발장을 전달받은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 언론에 제보하면서 2021년 9월 의혹이 폭로됐다.

특히 해당 고발장에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된 인물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당시 검찰 핵심 간부와 가족이라는 점에 이목이 쏠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손 검사장이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결론냈다. 판결문을 통해 손 검사장을 유죄로 판단한 근거를 상세히 밝혔다. 고발 대상자의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파악한 시점과 특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밝혀낸 손 검사장과 부하 검사들의 동선과도 일치한다. 손 검사장은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질타했을까.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손 검사장의 범행 의혹이 드러난 이후 전개된 상황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손 검사장은 재판을 받고 있던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비록 유죄판결이 나오기 전이었으나 누가 봐도 무리한 인사였다.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보 책임자가 자신의 행위를 상부에 보고했어도 문제고, 보고하지 않았다면 더 큰 흠결이다. 본인은 부인해 왔으나 텔레그램으로 전송된 자료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식이 발견되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도 승진을 강행했으니 검찰이 국민의 판단과 정서를 존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니 검찰이 늘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아닌가.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손 검사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상급심이 남아 있지만, 검찰은 이번 사태를 과거 행태를 돌아보고 중립성을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는 15일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성재 법무장관 후보자는 진정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제시해야 한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정부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검찰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