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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 맹공 이재명 대표, 자기 반성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신년 회견에서 날 선 윤 정부 공격만 12차례

본인이 초래한 사당화의 문제점은 모두 외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신년 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12번 언급하며 맹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간 윤 정부는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해 대한민국이 민생경제·남북관계·인구·민주주의 등 4대 위기에 처했다”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부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대표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이 대표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민주당이 민생·인구·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일이 무엇인지 말이다. 국민의 기억에 남는 건 이 대표 방탄과 입법 폭주, 돈봉투 살포 같은 의원 비리 등 부정적인 일들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석 달 만에 국회의원, 두 달 뒤 당 대표까지 됐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가 이끄는 민주당은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국회를 열어 이 대표와 비리 혐의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또 양곡법·노란봉투법 등 문재인 정부도 손을 놓았던 쟁점 법안들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가 불가피한 사정을 알면서도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이다. ‘거부권 남발 대통령’이란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이 대표가 통제한 민주당은 ‘영혼 소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 민주주의도 후퇴했다. 토론이 사라지고 대표 한마디로 ‘당론’이 정해졌다. 이 대표 주변엔 ‘개딸’이란 강성 지지층이 진을 치고, 당론과 다른 의원들을 ‘수박’이라 욕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 비명계 의원은 등 떠밀리듯 당을 떠났고, 이 대표에게 예종하는 의원들만 남아 ‘이재명 사당(私黨)’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총선이 70일 앞인 데도 민주당이 비례대표제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 국회에서도 방탄이 절실한 이 대표가 다당제 촉진이란 대의와, 의석 확보란 사익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도덕성도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돈봉투 살포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위원이 어제 1심에서 징역 2년과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나 당에서 사과나 유감 표명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기야 대표가 대장동·성남FC·대북송금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당을 방탄에 동원해 왔으니, 어떻게 소속 의원들의 죄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겠는가.

물론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어 타협의 정치 실종 원인을 이 대표에게만 묻기는 힘들다. 하지만 민주당의 위기와 도덕성 실종에는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민주당은 민주화에 기여한 60년 공당이었다. 누구보다 이 대표가 그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성찰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