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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10)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 위연의 외침에 마대의 칼이 번쩍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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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는 제갈량이 없는 촉군이 더는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습니다. 여러 장수를 요충지에 나누어 지키게 하고 자신은 낙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촉군은 위군의 추격을 받지 않으니 아무 탈 없이 제갈량의 시신을 운구하여 성도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바로 제갈량이 우려했던 위연의 반란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제갈량의 유언을 받들어 군사를 철수시키던 양의는 위연이 잔도에 불을 질러 끊고 군사들을 앞세워 길목을 막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승상께서 살아 계실 때 ‘이 사람은 후에 반드시 모반할 것’이라고 하시더니, 오늘 과연 이렇게 나올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소? 우리의 퇴로를 막고 있으니 이제 어째야 하겠소?

그는 반드시 천자께 우리가 모반하여 불을 질러 잔도를 끊어 막고 있다고 무고하여 보고할 터이니, 우리도 천자께 위연이 모반한 사실을 표로 써서 아뢴 다음 도모해야겠소.

이곳에 사산이라고 부르는 오솔길이 있는데 기구하고 험준하기는 하나 잔도 뒤로 질러 나갈 수 있으니 표를 써서 천자께 아뢰도록 하는 한편, 인마를 거느리고 사산 소로를 따라가기로 하십시다.

양의는 비의의 말에 따라 후주에게 표를 올리고, 강유의 계책대로 사산의 소로를 따라 군사를 이동시켰습니다. 후주 유선은 밤에 금병산이 무너지는 꿈을 꾸고 놀라 조회에서 해몽하라고 했습니다. 초주가 천문을 보고 승상에게 흉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했는데, 후주의 꿈도 그와 같은 예시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이복이 돌아와 승상의 죽음을 보고했습니다. 후주는 소리 내어 울다가 쓰러졌습니다. 소식을 들은 문무관원과 백성들도 저마다 눈물을 훔쳤습니다.

며칠 후, 위연의 표가 도착했습니다. 내용은 양의가 병권을 거머쥐고 무리를 모아 모반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연이 올린 표를 읽은 후주는 용맹한 장수가 양의 등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인데 어째서 잔도에 불을 질러 끊었는지 이상했습니다. 오태후가 그 이유를 알려주었습니다.

전에 선제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공명은 위연의 등에 반골이 있는 것을 알고 늘 죽이려고 했으나 그 용기가 아까워 우선 남겨두고 쓰는 것이라 하셨소. 양의는 문관으로 승상께서 장사(長史)의 직무를 맡겼으니 반드시 그는 쓸 만한 사람일 것이오. 오늘 만일 한쪽의 말만 듣는다면 양의 등은 반드시 위나라에 투항할 터이니 이 일은 깊이 생각해서 의논해야지 경솔하게 처리해서는 아니 되오. 

제갈량의 뒤를 이은 장완.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의 뒤를 이은 장완.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침내 양의가 올린 표가 도착했습니다. 그 내용은 위연이 승상의 말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부하 인마를 거느리고 한중으로 들어와 잔도를 끊어버리고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완과 동윤은 후주에게 양의가 올린 표를 믿으라고 요청하였습니다. 후주가 위연의 모반을 물리칠 것을 걱정하자 장완이 말했습니다.

승상께서 본디 그를 의심하셨으니 반드시 양의에게 남기신 계책이 있으실 것입니다. 만약 양의가 믿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퇴각하여 골짜기로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위연은 계책에 말려들 것이니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한편, 위연은 잔도를 끊어 놓고 남쪽 골짜기에 영채를 세운 채 병목지대를 지키면서 뜻대로 되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의와 강유가 밤을 도와 군사를 이끌고 자신들이 지키고 있는 골짜기 앞으로 질러 나가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양의는 선봉 하평에게 3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앞서가라고 하고 강유 등과 함께 한중을 향했습니다. 하평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 위연을 꾸짖었습니다. 위연이 공격하자 남정성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위연은 많은 장수가 흩어져도 마대만은 자신의 곁에 있자 굳게 신임하였습니다. 위연이 마대에게 위나라로 투항하는 것에 대하여 상의하자 마대는 지혜와 용기가 뛰어난 장수가 남에게 무릎 꿇는 것보다는 한중과 성도를 빼앗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위연은 기뻐하며 마대와 함께 남정성을 포위했습니다. 강유가 양의에게 계책을 묻자, 양의는 승상이 임종 전에 비단 주머니를 주며 위급할 때 열어보라고 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즉시 꺼내서 열어 보았더니 겉봉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습니다.

‘기다렸다가 위연과 싸우러 가는 말 위에서 뜯어보아야 한다.’

강유는 기뻐하며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가 진세를 벌였습니다. 양의도 따라왔습니다. 진세를 벌이자 강유가 꾸짖었습니다.

역적 위연아! 승상께서는 너를 배신한 적이 없는데 오늘 너는 어째서 배반하느냐?

강유!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양의에게 오라고 해라.

승상께서 살아 계실 때 네가 반드시 뒤에서 배반할 것을 미리 아시고 나에게 대비를 하게 하셨는데, 지금 보니 과연 그 말씀대로구나. 네가 말 위에서 연거푸 세 번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고 소리칠 수 있다면 참 대장부라 할 만하니, 내 즉시 한중성을 너에게 바치겠다.

양의 이 머저리 놈, 들어라! 만약 공명이 살아 있다면 나는 삼분(三分)쯤 두려워하겠지만 지금은 이미 죽었는데 천하에 누가 감히 나를 막겠느냐? 연달아 세 번은 고사하고 3만 번을 외치라고 한들 무엇이 어렵겠느냐?

위연은 양의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칼을 들고 고삐를 당기면서 말 위에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느냐?

내가 너를 죽인다!

위연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죽이는 마대.

위연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죽이는 마대.

위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대의 칼이 번쩍하더니 위연의 목을 베었습니다. 제갈량이 임종 전에 마대를 불러 은밀하게 전한 계책은 위연이 이러한 고함을 칠 때 즉시 나와서 그를 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의는 후주에게 표를 올려 위연의 반란을 평정했음을 알렸습니다.

후주는 제갈량의 유언대로 그의 시신을 정군산에 장사 지냈습니다. 장완이 제갈량의 후임이 되어 정무를 통괄했습니다. 이때, 동오가 촉과의 경계인 파구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후주가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자, 장완은 왕평과 장의에게 군사를 이끌고 영안에 주둔하게 하는 한편, 승상의 상고(喪故)도 알리고 동정도 탐색할 겸 종예를 사신으로 보냈습니다. 손권은 종예를 만나 한번 떠본 후에, 전군에게 상복을 입히고 위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울러 금촉 화살을 꺾으며 맹세했습니다.

짐이 만일 전에 한 맹세를 저버린다면 자손이 끊어지고 멸망할 것이다.

후주는 기뻐하며 안심했습니다. 장완과 비의 등 신하들을 모두 승진시켰습니다. 그런데 양의는 자신이 장완보다 관직 경력이 앞서는 데에도 직위가 장완보다 낮고 또한 자신의 공이 크다고 믿었는데 아무런 상을 주지 않자 원망하는 말을 입 밖에 내며 비의에게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지난날 승상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만약 전군을 이끌고 위에 투항했다고 해도 정녕 이렇게 적막하겠소?

수치심에 자살한 양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수치심에 자살한 양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비의가 이 말을 표에 써서 은밀히 후주에게 올렸습니다. 후주는 당장 양의를 잡아서 목 베어 죽이라고 했습니다. 장완이 만류하여 관직을 파면하고 서민으로 강등시켰습니다. 양의는 부끄럽고 창피하여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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