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전공 모집 늘린 대학에 가산점, 지원금 수십억 차등 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무전공 학과를 확대하는 대학이 더 많은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다. 확대 폭에 따라 학교별로 지원액이 수십억 원가량 차이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전공 모집은 대학이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고, 이들이 2학년 때 학점과 상관없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교육부는 30일 대학혁신지원사업·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사립대·국립대법인·공립 117개교, 국립대학육성사업은 국립대 37개교의 학생 수, 교육여건 지표, 혁신 노력 등을 평가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다. 각각 8852억 원과 572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올해는 총액의 50~60%가 인센티브로 차등 지급된다.

교육부는 당초 교 2025학년도부터 수도권 사립대는 20%, 국립대는 25% 이상 무전공 신입생을 뽑아야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는 대학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는 무전공 의무 모집 하한선을 필수 요소로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무전공 모집 비율에 따라 최대 10점까지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무전공 모집 비율이 25% 이상이면 정량평가 점수 10점이 추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0점이면 인센티브 등급이 하나 올라가는 수준”이라고 했다. 인센티브 등급은 S(95점 이상), A(90점 이상 95점 미만), B(80점 이상 90점 미만), C(80점 미만) 등 총 네 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등급별 인센티브 가중치에 따라 지원 금액은 수십억 원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등급별 인센티브 가중치는 S가 1.6배, A가 1.3배, B가 1.0배, C가 0.7배다. 예를 들어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사립대 한 학교당 평균 인센티브가 37억 6000만 원인데, 가중치를 곱하면 S등급은 60억 1600만 원을, C등급은 26억 3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S등급과 C등급 간에 33억 8400만 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대학 의견을 반영한 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해 안내할 예정이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에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4명 중 3명은 무전공 학과를 도입하거나 확대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 10~22일 135개교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자유전공 또는 무전공을 운영하지 않는 대학은 74개교(54.8%)다. 이 중 57개교(77.0%)가 “도입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미 자유전공 또는 무전공을 운영 중인 대학 61개교 중 47개교(77.0%)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무전공 비율에 따른 인센티브 차등 지급’에 대해선 “사실상 의무 모집 비율이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의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결국 가산점을 더 받기 위한 대학들의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전공 학과의 확대로 대학 입시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학종은 전공적합성을 우선하는 취지”라며 “대학들이 무전공 학과를 뽑을 때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모집 정원이나 내신 등급을 보는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문과침공’이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유전공이 인문·자연계열을 통합선발할 경우 수학과 과학탐구 과목 표준점수가 문과생보다 더 높은 이과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