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봐주셔서 기쁘고 감사하죠. 넷플릭스 글로벌 1위 하고선 마동석 형과 서로 축하 문자도 했죠. 제가 원래 잘 들뜨지 않는 성격이에요. 베를린 턱시도요? 거기 스타일 맞춰야 할 것 같은데….”
지난 26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황야’로 감독 변신한 허명행(45) 무술감독을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계 입문 27년 만의 감독 데뷔다. 이어 배우 마동석과 두번째 뭉친 연출작 ‘범죄도시4’(올 상반기 개봉)는 다음 달 열리는 제74회 독일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작품성‧오락성 겸비한 신작 상영 부문)에 초청됐다. 말 그대로 대형 신인이다.
26일 출시 넷플릭스 영화 ‘황야’ #무술감독 허명행 감독 데뷔작 #마동석 뭉친 ‘범죄도시4’ 베를린 초청 #“마동석 새로운 청불 액션 #전세계에 보여주고 싶었죠”
감독 데뷔부터 넷플릭스 글로벌 1위·베를린 초청
허 감독은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20년차 무술감독이다. 충무로 스턴트맨 양성소 ‘서울액션스쿨’을 만든 정두홍 무술감독을 19살에 만나 제자가 된 뒤 100여편의 영화에 참여했다. 영화 ‘신세계’에서 조폭 두목 정청(황정민)의 “드루와” 액션신으로 유명한 육탄전, 좀비물 ‘부산행’·‘킹덤’ 시리즈의 좀비 액션을 그가 설계했다.
마동석과는 스턴트맨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사이다. ‘챔피언’(2018), ‘성난황소’(2018), ‘나쁜 녀석들: 더 무비’(2019), ‘시동’(2019), ‘백두산’(2019), ‘압꾸정’(2022), ‘범죄도시’ 시리즈 전편 등을 함께했다.
‘황야’는 체격까지 닮은 두 액션 스타의 만남으로 주목 받은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마동석이 스페인식 정글도 마테체로 악어를 때려잡는 등 “마동석표 청소년 관람불가 액션”(허 감독)이란 목표점이 분명하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무법천지 속에 핵주먹 사냥꾼 남산(마동석)이 인간에게 뱀 유전자를 이식해 신체가 훼손돼도 죽지 않는 좀비 군단, 탈옥한 흉악범, 조폭들 등에 맞서는 대형 액션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마테체‧활‧소총 등 다양한 무기를 동원했다.
미치광이 과학자의 생체 실험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등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황야’는 같은 대지진이 휩쓴 디스토피아 설정의 티빙 시리즈 ‘몸값’(2022),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를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재난 후 세상을 그려내는 노하우를 살려 기획한 작품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 무대였던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가 ‘황야’에도 등장하다 보니,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허 감독은 “서사가 조금 부족한 건 공감한다”면서도 “상영시간 1시간 45분 안에 마동석 팬들에게 선물 같은 액션을 보여주려면 (서사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 -최종 상영시간을 1시간 47분에 맞췄다.
“어떤 서사든 1시간 50분이 넘으면 지루하더라.”
- -‘황야’ 촬영 과정에서 마동석이 ‘범죄도시4’ 연출까지 제안했다고.
“‘황야’를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찍고, ‘범죄도시4’를 같은 해 10월 말부터 작년 2월까지 찍었다.”
- -감독에 도전한 계기는.
“내가 속한 서울액션스쿨에서 정두홍 감독님과 스턴트만이 아니라 영화사업부도 성장시키고자 10년 정도 노력해왔다. 전에도 액션영화 연출 제안은 있었는데, 마동석 형과 작업하며 자신감을 얻어 도전하게 됐다.”
- -‘황야’의 연출 목표는.
“‘청불 액션’이다. 기존 마동석 액션에 센 수위가 없다. 좀 더 진한 액션에, 동석 형의 유연함, 개그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동석 액션을 전세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 -마동석 액션의 차별점은.
“요즘 키 크고 훤칠한 액션 배우는 많다. 근데 마동석 같은 ‘피지컬’(신체조건)은 대체 불가다.”
- -‘황야’는 마동석 특유의 권투 기반 액션인데.
“형이 제일 잘하는 게 권투다. 저보다도 훨씬 실력이 좋다. 장기를 살리되, 다양한 무기로 수위 높은 액션들을 짰다. 가장 힘준 건 지하 감옥 액션이다. 단순 좀비 군단이 아닌, 뱀 혓바닥을 날름대는 파충류 인간을 고안했다. 남산이 최강자의 묵직한 액션이라면, 지완(이준영)은 활 실력이 갈수록 성장한다. 군인 은호(안지혜)는 날렵한 스피드에 중심을 뒀다. 개인 취향은 사실적인 액션인데, 동석 형, 제작사와 상상을 보태 재밌게 발전시켰다.”
- -무술감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렸을 때 태권도를 조금 하다가 고등학교는 사진과를 택했다. 19살에 친구 소개로 정두홍 감독님을 만나면서 스턴트에 빠졌다. 그때 소개해준 친구가 ‘황야’에 군인 권 상사로 나온 배우다. 정 감독님한테 스턴트의 모든 걸 배웠지만, 연출하며 제일 크게 영향 받은 건 편집 기술이다. 액션스쿨은 전원이 편집을 배워 할 줄 안다. 직접 편집하다 보니까, 보고 싶고, 찍고 싶은 그림도 명확해지더라. ‘황야’ 때도 찍고 버리는 낭비를 없애려고 현장 편집본을 2시간 20분 안에 끊었다.”
- -‘범죄도시4’가 상반기 개봉하는데, 2‧3편이 천만 흥행한 데 대한 부담은 없나.
“스코어는 내 힘 밖이다.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형사 캐릭터를 변주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 -K콘텐트 시대다. 지난 20년 간 한국 액션 스타일의 변화라면.
“1990년대 후반 정두홍 감독님이 ‘테러리스트’, ‘비트’ 등의 영화로 한 시대를 열었다. 이후 할리우드 액션 영향이 컸다. ‘본’ 시리즈가 나오면서 한국영화 액션도 사실적으로 확 바뀌었다. 지금껏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면서 업그레이드시켰다면, 한국만의 액션 스타일을 만드는 게 앞으로 저를 비롯한 모든 무술감독의 숙제인 것 같다.”
- -감독으로서 계획은.
“서사가 재밌는 영화도 관심 있다. 무술감독 활동도 병행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