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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전문가 이상용…서태지는 “망치형” 나영석은 “회장님”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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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콩콩팥팥’ ‘삼시세끼’ 등 나영석 PD(오른쪽) 예능에 나오는 시골집은 대다수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왼쪽)가 발굴했다. [사진 이상용]

‘콩콩팥팥’ ‘삼시세끼’ 등 나영석 PD(오른쪽) 예능에 나오는 시골집은 대다수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왼쪽)가 발굴했다. [사진 이상용]

가수 서태지는 그를 ‘망치형’으로 부른다. 나영석 PD에게 그는 ‘회장님’이다. 예능계에서 ‘시골집 전문가’로 통하는 이상용 로케이션 매니저 얘기다. 산·바다를 벗한 마당 너른 집에 가마솥 정취를 더한 시골 예능 열풍은 그의 마당발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해 김우빈·이광수·도경수·김기방의 밭농사 과정을 그린 tvN 예능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콩콩팥팥’)에서 그는 밭 섭외뿐 아니라 농사일을 거들어 ‘제5의 멤버’로 불렸다. ‘1박2일’(KBS2), ‘삼시세끼’ ‘신혼일기’(이상 tvN) 등 나영석 사단 예능에 더해 김태호 PD의 ‘무한도전’(MBC)에도 참여했다. 가수 김호중이 ‘네순 도르마’로 엔딩을 장식한 지난 20일 ‘불후의 명곡’(KBS2) 강원 평창 특집무대,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3’의 전남 완도의 촬영지도 그가 발굴했다. 신민아·김해숙이 시골 백반집 모녀로 호흡을 맞춘 영화 ‘3일의 휴가’(지난달 6일 개봉) 속 푸근한 시골집도 그의 눈썰미가 빛난 공간이다.

영화 ‘3일의 휴가’의 가마솥 정취를 살린 백반집은 강원도 정선에서 찾았다. [사진 이상용]

영화 ‘3일의 휴가’의 가마솥 정취를 살린 백반집은 강원도 정선에서 찾았다. [사진 이상용]

사실 그는 래프팅·구조 전문가다. 최근 전화로 만난 그는 “모든 건 서태지·나영석을 만난 뒤로 시작됐다”며 웃었다. 시골집을 찾아 나선 계기가 “강원도 산골의 흉가를 찾아달라”는 서태지의 부탁이었다. “서태지씨가 2007년 8집 티저 영상 촬영지를 부탁했어요. 지금도 인터넷에 ‘서태지 흉가’ 검색하면 나와요. 나영석 PD가 이듬해 ‘1박2일’ 혹한기 캠프 편에서 서태지 티저 찍은 데를 의뢰했어요.”

본업이 따로 있다고.
“현재도 래프팅협회 일을 한다. 할아버지가 강원도 인제 내린천에서 벌채한 원목을 뗏목으로 엮어 서울까지 운반하는 나무 장사를 크게 했다. 그럼 영향을 받아 저도 래프팅 가이드와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서태지와 첫 인연은.
“서태지, 김종서씨가 1995년 내린천에 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차가 망가졌는데, 그때 도와줬다.”
시골집은 어떻게 잘 아나.
“구조 일을 하다 보니 전국 산·강·바다에 네트워크가 있다.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감이 오는 집이 나타난다.”
로케이션을 찾는 노하우는.
“PD와 작가 요구에 무조건 맞춘다. 한번 만났던 공무원은 이후 협의가 쉽다. 촬영 밥차 음식을 동네 어르신들께 나눠드리기도 한다. 주민을 친척이라 생각하고 대하면 협조를 잘해준다.”
2017년 ‘무한도전’ 뗏목 타고 한강 종주편에 출연한 모습(가운데). [사진 이상용]

2017년 ‘무한도전’ 뗏목 타고 한강 종주편에 출연한 모습(가운데). [사진 이상용]

예능에 출연시킨 집이 몇 채인가.
“‘어쩌다 사장’(tvN)의 가게까지, 40~50채 정도다.”
촬영하기 좋은 시골집 기준은.
“면적, 경관, 일몰 때 빛 모양까지 살핀다. 출연자와도 어울려야 한다. ‘삼시세끼’ 산촌 편은 강원도 정선에서 찍었는데, 집이 너무 오래된 미등기 건물이라 쓸 방법이 없다더라. 그래서 국토지리원 기록, 관련 법까지 뒤져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젊은 세대가 왜 시골집을 많이 볼까.
“코로나19 때 섭외 요청이 부쩍 늘었다. 어디 틀어박혀 찍을 수밖에 없던 때니까. 방송에 나와 친근하고, 연예인들 경험을 따라 하고 싶은 로망도 있는 것 같다.”
시골집 거주에 관해 조언한다면.
“어마어마하게 춥다. 여름에는 해충·뱀도 각오해야 한다.”
올해 계획은.
“경남 쪽을 덜 다녀서 많이 돌아보고 싶다. ‘콩콩팥팥’ 시즌2를 하게 될 것 같아서 나PD와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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