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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첫 사망에 “보복” 외친 바이든…이란 본토 직접 타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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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웨스트 콜럼비아의 한 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웨스트 콜럼비아의 한 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27일(현지시간) 밤 시리아 국경에 인접한 요르단 미군 기지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미군 3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전쟁 발발 후 친이란 세력의 공격으로 미군이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책임을 묻겠다”며 보복을 공언하면서 중동 일대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어젯밤 시리아 국경 근처 요르단 북동부에 주둔 중인 우리 군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장병 3명이 숨지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란 지원을 받는 급진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책임 있는 모든 이를 처벌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복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대통령과 나는 미국과 미군, 국익을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22…미군의 IS·친이란 세력 견제 기지

지난해 10월 12일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찍은 타워22 기지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2일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찍은 타워22 기지의 모습. AP=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근처 루크반 난민캠프에 인접한 ‘타워 22’ 기지다. 미 중부사령부는 해당 기지엔 미 육군과 공군 병력이 350명 주둔해 있고, 물류 지원 시스템도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곳은 시리아와 이라크, 요르단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중동의 요충지이지만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다만 극단주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에서 핵심 역할을 한 시리아 남부 알탄프 미군 기지와 매우 가깝다.

로이터는 “알탄프 기지를 유사시 지원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걸 보면 (타워22는) 친이란 무장세력을 견제하거나 IS 잔당의 세력 확장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라크 무장조직 “우리가 공격”…이란은 관련 부인

지난 2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에 의해 살해된 시아파 민병대인 '하시드 알사비' 사령관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하시드 알사비 소속 대원이 무장을 한 채 장례식 주변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에 의해 살해된 시아파 민병대인 '하시드 알사비' 사령관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하시드 알사비 소속 대원이 무장을 한 채 장례식 주변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친이란 성향의 이라크 무장조직 ‘이슬람 저항(Islamic Resistance)’은 해당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이라크에 있는 미 점령군에 저항하고, 가자지구에서 우리 국민들(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학살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공격을 가했다”며 요르단과 시리아 국경에서 미군 기지 여러 곳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관련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은 이번 공격과 무관하며 관련해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미 대통령 정부를 비판하는 인사들과 공화당 매파가 이번 공격을 이란과 관련지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으로 중동의 긴장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전쟁 발발 후 미군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란 후원 민병대로부터 150회 이상 공격을 받아 최소 70명이 다쳤다.

하지만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놓는 미국이 이전과 다른 수준의 대응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첫 미군 사망자가 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본토 타격·지도부 암살? 고민 깊어진 바이든

지난 12일 이란 테헤란 주이란 영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 시위대가 미국과 영국 국기를 불태우며 미국과 영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이란 테헤란 주이란 영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 시위대가 미국과 영국 국기를 불태우며 미국과 영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관건은 미국의 대응 수위다. 미 공화당에선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단체인 ‘저항의 축’ 세력뿐 아니라 배후에 있는 이란의 본토를 공격하거나 지도부 암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은 “당장 이란을 공격하라, 세게 쳐라”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이란이 연루됐다는 증거 없이 이란을 직접 타격하는 건 미국이 원치 않는 중동 지역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미국은 이란이 요르단에서 분쟁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본다”라면서도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직접 명령한 것인지, 친이란 세력이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목표는 그들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중동 분쟁이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공들인 휴전 협상 판 깨질 수도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작전수행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작전수행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도 바이든 대통령의 결심을 어렵게 만든다. 현재 미국은 윌리엄 번즈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프랑스에 급파해 협상 중재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을 직접 타격하면 휴전 노력이 수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이란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밀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싸움이 더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공격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해외 이란 병력 공격 나설 것”  

이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면전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면서 중동 내 미국의 힘을 확인시켜 주는 수준의 대응에 나설 거란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선임 연구원은 “바이든은 일종의 ‘골디락스’ 대응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은 이란 본토 공격이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고도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시리아·이라크에 있는 이란 병력이나 페르시아 만의 이란 해군 자산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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