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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상자 줄이라"…美,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 중지' 카드 검토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을 늦추거나 일시 중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울러 미국·이스라엘과 중동국가 사이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美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 중지 검토"

이스라엘 군인들이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임무를 마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돌아와 전차 앞에서 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임무를 마치고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돌아와 전차 앞에서 쉬고 있다.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공격을 축소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무기 제공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NBC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자지구 공격을 축소하라고 요구했지만 큰 변화가 없자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백악관의 지시로 이스라엘이 미국에 요청한 무기 중 어떤 무기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155㎜ 포탄, 정밀유도폭탄(JDAM) 등 공격용 무기를 판매 중단하거나 제공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민간인과 기반시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방공무기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인도주의 회랑을 더 개설하는 등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인센티브로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두 달 휴전·인질 석방 협상 논의 계속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이 2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들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이 2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들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석방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인질 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카타르·이집트 4자 회의가 건설적이었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은 "아직 상당한 격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주에도 계속 관련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다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아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NI) 국장이 참석했다.

미 협상단 관계자는 AP에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약 두 달간의 휴전 합의에 진전이 보인다"고 전했다. 1단계에선 하마스가 여성·고령자·부상자 등 인질을 석방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30일간 휴전한다. 해당 기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추가 인질 석방과 공격 중단 등 다음 단계를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한다. 2단계에선 하마스가 추가로 이스라엘 군인과 남성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추가로 30일간 군사작전을 중단한다.

이스라엘군은 28일 가자지구 남부 지역인 칸유니스 등에서 고강도 작전을 이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 측은 28일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165명이 사망하고 29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후 팔레스타인인 누적 사망자 수는 2만6422명이라고 발표했다.

NYT "하마스 무기 출처는 이스라엘군" 

하마스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마스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하마스가 사용하는 상당수 무기의 출처가 이스라엘군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NYT는 무기 전문가, 이스라엘과 서방의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발사했지만 폭발하지 않은 수천 발의 탄약을 이용해 많은 로켓과 대전차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통상 불발탄 비율은 대략 10%다. 그런데 이스라엘 무기 중엔 1950~70년대 베트남 전쟁 등에서 쓰였던 미사일 등 오래된 탄약이 많아서 불발탄 비율이 15%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이 불발탄은 하마스가 사용하는 대량의 살상 무기로 변모했다. 750파운드(340㎏)짜리 불발탄 1개로 수백개의 미사일이나 로켓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또 이스라엘 군사 기지에서 훔친 무기로 대원들을 무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초 이스라엘의 관련 군사 보고서에 따르면 수백개의 총과 수류탄, 수천발의 총알이 경비가 허술한 군기지에서 도난당했으며 이 중 일부는 가자지구로 흘러 들어갔다. NYT는 "보고서에 '우리는 우리의 무기로 적에게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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