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기'당한 피의자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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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습 마약 투약자인 이모(41)씨는 올 1월 자신 앞으로 중국에서 특송항공화물이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 화물 운반자는 운송회사 직원을 가장한 수사기관 직원이었다. 화물의 내용물은 히로뽕이었다. 이씨는 마약 밀매 혐의로 이미 구속된 정모씨 등으로부터 속칭 '던지기'를 당한 것이다.

던지기는 마약 관련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구금된 상태에서 실제로는 자신과 거래하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보내고(던지고) 그 사람을 거래자라고 수사기관에 제보해 죄를 감면받는 행위를 말한다. 던지기는 대표적인 '유죄협상제도(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의 악용 사례다.

서울고법 형사 9부는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마약 수입 혐의는 무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마약을 투여한 혐의는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옷가지 등으로 감싸긴 했지만 항공특송화물로 마약을 수입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피고인이 '던지기'에 걸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히로뽕 1g당 국내 도매가격이 13만원, 소매가격은 9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마약 수입 대가로 송금했다는 150만원은 히로뽕 98g가격으로는 너무 낮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올 1월 경기도 일산에서 성명 불상의 인물로부터 히로뽕 19.96g을 사서 이 가운데 0.06g을 투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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