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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세금 절반만 내는데…한국, 애 둘 키워도 혜택 별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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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이가 있는 부부가 독신가구와 비교해 별다른 소득세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프랑스 등 해외는 가구원 수를 고려해 세율을 낮추는 등 자녀 양육 가구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과 차이가 컸다.

한국, OECD 38개국 중 뒤에서 7등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24일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평균소득을 벌고 있는 독신가구의 소득세율은 평균 15.8%다. 자녀가 둘인 외벌이 가구는 11.6%의 소득세를 부담해 독신가구보다 4.2%포인트 적었다. 연말정산을 통한 소득‧세액공제와 5~12세 자녀에게 지급되는 현금 부조까지 고려한 결과다. 같은 해 OECD 38개 회원국의 ‘두 자녀-독신’ 세대 세율 격차는 10.6%포인트로 한국보다 2.5배 컸다.

한국은 38개 회원국 중 뒤에서 7번째로 격차가 작았다. 세계 각국은 자녀가 있는 집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데, 한국은 아이가 있든 없든 비슷한 세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보다 독신과 두 자녀 가구의 세율 격차가 작은 나라는 그리스(4.1%포인트), 노르웨이(3.8%포인트) 등으로 한국과 경제규모 차이가 있는 나라다. 격차가 가장 큰 건 폴란드로 독신가구는 22.8%를 냈지만, 자녀 두 명인 외벌이 가구는 –2.5%로 낸 세금보다 받은 돈이 많았다. 가구 구성에 따른 소득세 비중 차이는 독일(18.5%포인트), 오스트리아(22.5%포인트) 등 유럽권에서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낳으면 상대적 조세부담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말이다.

자녀 있는 가구 역차별 우려

일각선 식비‧교육비 등 자녀 양육에 필수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비슷한 세율을 부담하는 건 기혼자에 대한 상대적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3분기 4인가구의 평균 가계지출은 636만8000원으로, 1인가구(221만6000원)보다 2.9배 많았다.

한국은 과세단위를 개인으로 두고 있다. 가구원 수에 따라 연말정산 때 공제가 일부 추가되는 정도다. 반면 해외엔 가족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국가도 여럿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소득세 과세단위 변경 논의의 시사점’을 통해 현행 소득세 과세구조가 저출산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별 과세가 자녀 수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세대 구성원의 소득을 합산해 세율을 결정한다. 가족의 합계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눠 소득세율을 매기는 이른바 ‘n분의 n승’식이다. 가구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나누기를 하는 분모가 커져 소득세율이 줄어든다. 독일은 부부의 경우 개인단위 분리과세와 합산과세 중 선택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남편이 1억원을 벌고, 아내가 전업주부일 때 각각 5000만원을 번 것으로 신고해 누진세율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일각선 “프랑스식 과세체계 논의해야”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에 이어 지난해 0.7명대 초반으로 또다시 하락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자녀가 있는 세대에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등 과세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독신가구에 대한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자녀가 있는 가구는 불가피하게 나가는 지출이 많은 만큼 세금을 줄여 이를 보완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이 높으면 세금을 더 내듯 비용이 많이 드는 가계엔 세금을 줄여주는 게 맞다. 부양가족 1명당 150만원 인적공제를 하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서 저출산 해결을 기대할 순 없다”며 “고소득자에 혜택이 집중되는 각종 공제를 줄이고 프랑스와 같은 가족단위 과세를 고려해 볼 때”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제도 도입이 추진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지난해 자녀 수에 따라 종합소득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자녀 2%포인트, 2자녀 3%포인트 세율을 인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연평균 3조6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회에 계류돼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야당을 중심으로 저출산 대응을 위해 프랑스식 n분의n승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됐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한편 출산‧양육 등 가족 부문에 지출하는 재정 규모 역시 여전히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가족분야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로, OECD 38개국 중 31위였다. 출산 전후 휴가, 보육서비스, 가사지원 등 지원을 모두 포함한 지출 비중이 OECD 평균(GDP 대비 2.1%)보다 0.5%포인트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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