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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병립형 비례제 급선회…이낙연 신당 견제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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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준(準)연동형 선거제로 선회하는 듯 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 관련 의원총회를 하루 앞둔 24일 갑자기 ‘병립형 선거제 불가피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원래 병립형을 선호하던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한때 당 원로그룹 등의 압박 속에 준연동형을 수용하는 듯했지만 막판에 뒤집히는 분위기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다른 당을 도울 만큼 민주당이 여유롭지 않다”며 “총선은 자선사업이 아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도 통화에서 “지도부 안에선 병립형 선호가 강하다”고 말했다.

선거제 난상토론이 있었던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수정당이 난립하면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어도 이전투구로 비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다수가 “병립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다만, “‘지역주의 해소’ 명분을 위해 비례대표를 3개 권역으로 나눠 뽑는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민주당의 급선회는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이원욱·김종민·조응천) 등 ‘이탈 민주’ 신당 등장과 무관치 않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제3지대 신당은 연동형 비례제 없이는 원내 진입이 어렵다”며 “민주당을 찌를 정당이 국회에 들어오게 둘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또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병립형 회귀는 한 번 욕먹지만, 위성정당 창당은 두고두고 욕먹는 일”이라고 말했다. 준연동형제 실시는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한 약속이지만 위성정당 금지는 최근까지 민주당이 공언한 터라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선거제 개정안 합의 실패에 대비해 위성정당 창당 준비는 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만 위성정당을 두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밖에선 준연동형 고수를 전제로 한 범(汎)야권 ‘비례연합정당’ 주장도 계속된다. 우원식 의원(4선)은 의원 30여명과 함께 “윤석열 정부 대 민주개혁진보세력의 구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참여연대 출신 김남근 변호사를 영입했다. 이재명 대표는 영입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상가 세입자, 갑질 당하는 하도급 업체를 위해 입법 활동을 충실히 한 열정을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21년 3월 문재인 정부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신도시 지역에 LH 직원들이 100억 원대 토지를 투기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폭로한 장본인이다. 이후 정부의 합동수사로 4251명이 검찰에 송치되고, 64명이 구속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코너에 몰린 문재인 정부에는 결정타였다. 이 대표는 “평소에 자주 보던 김 변호사”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당은 8년 만에 로고를 바꿨다. ‘더불어’ 글자의 크기는 이전보다 줄이고, ‘민주당’은 더 굵게 부각됐다. 파랑, 보라, 초록색이 들어간 삼색 깃발 배경도 공개됐다. 각각 민주, 미래, 희망을 상징하며 시대에 맞는 다양한 가치를 품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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