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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승으로 ‘대세론’ 굳힌 트럼프…WP “경선 사실상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승리한 뒤 뉴햄프셔주 내슈아 한 호텔에서 열린 승리 축하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경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승리한 뒤 뉴햄프셔주 내슈아 한 호텔에서 열린 승리 축하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USA! USA! USA!”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를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축하 행사가 열린 내슈아 한 호텔의 연단에 오르자 수백 명의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한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God Bless you Mr President Trump)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77%의 개표율을 보인 24일 오전 0분 30분 기준 54.6%의 득표율을 기록해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43.5%)를 11.1%포인트 차로 제치고 승리를 확정했다. 지난 15일 첫 경선을 치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은 2연속 과반 대승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세론’을 재확인하며 2020년 대선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매치가 사실상 굳어졌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공화당의 첫 경선지로 자리잡은 1976년 이래 공화당 경선에서 맨 처음과 두 번째 경선에서 연속 승리한 후보는 모두 최종 대선 후보에 지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선 레이스는) 거의 다 끝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승리 축하 행사장에서 “우리가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들(조 바이든 행정부)이 하는 일이 너무 나쁘고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주지사를 두고선 “무소속 표가 많이 나왔지만 공화당원 표에서는 겨우 25%만 얻었다”며 경선에서 졌는데도 자신보다 먼저 연설 무대에 올라 마치 이긴 것처럼 행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론(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를 하고 떠났는데 그녀는 3위를 하고도 아직 남아 있다”며 후보 사퇴를 에둘러 압박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은 전체 대의원 2429명 중 과반(1215명)을 확보하는 사람이 최종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요인은 견고한 지지층의 결집, 그리고 불안정한 이민자에 일자리와 부(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며 절망감에 빠진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하다는 뜻의 ‘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로 불안한 고용 상황의 노동자 계급)의 불안ㆍ분노 심리를 자극한 선거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무당파 성향에 고소득ㆍ고학력 중심의 헤일리 지지층보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층이 더욱 강한 세 결집을 보인 셈이다.

CBS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체 투표자의 51%를 점한 공화당 투표자 가운데 74%를 가져갔으며 헤일리 전 주지사는 25%를 얻는 데 그쳤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43%의 무소속 투표자 가운데 60%의 지지를 얻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38%)과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공화당 유권자의 ‘트럼프 쏠림’이 무소속 유권자의 ‘헤일리 쏠림’보다 컸다는 얘기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23일 뉴햄프셔주 콩코드에 있는 한 컨퍼런스센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23일 뉴햄프셔주 콩코드에 있는 한 컨퍼런스센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헤일리 전 주지사는 트럼프 승리가 결정되자 “그가 이긴 것을 인정한다”며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여러 주가 남았다. 다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다”고 했다. 후보직 사퇴를 압박하는 당내 여론이 높아질것으로 예상되지만 레이스를 계속 이어가 내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다시 맞붙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뉴햄프셔 예비선거는 비(非)당원투표가 가능한 반개방형 프라이머리로 치러져 중도ㆍ무당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헤일리가 그나마 유리한 곳으로 분석됐다. 그런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가 두 자릿수 격차의 대승을 거둠에 따라 이제 시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할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11월 5일 대선 본선을 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이제 분명하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최근 고전하는 모습이다. 지난 19~21일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 시 40% 대 45%로 5%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18일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업체 해리스의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양자 대결 시 41% 대 48%로 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무당층 저변에 깔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트럼프가 가진 중도 확장성의 한계 역시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공화당이 지지하는 ‘여성 낙태 금지’ 이슈가 약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CNN 출구조사 결과 공화당이 추진하는 ‘낙태 금지’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67%는 헤일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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