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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앞바다서 건진 중국 청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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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비췻빛 푸른 기운이 신비로운 비색청자. 한국에서는 주로 비색(翡色)으로, 중국에서는 비색(秘色)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같은 비색청자라도 한국과 중국의 청자는 다소 차이가 난다.

중국 청자를 대표하는 '롱취안(龍泉)청자'는 고려청자보다 유약을 두텁게 바른다. 도자기 표면이 불투명하고, 문양이 없는 게 특징이다. 유약을 얇고 투명하게 발라 도자기에 새긴 문양이 비쳐보이는 고려청자와 어렵지 않게 구분된다. 또 유약이 두터운 중국청자가 고려청자보다 녹색이 훨씬 진한 편이다.

롱취안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서남부 일대를 가리킨다. 북송 때부터 남송을 거처 원.명.청 때까지 청자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원대에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으로 수출돼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오늘날 영어로 청자를 부르는 '셀라돈(celadon)'도 바로 이 롱취안 청자에서 유래했다. 1976년 전남 신안군 해저에서 건져 올린 중국 도자기의 60%도 롱취안 청자다.

'롱취안 청자 테마전'이 28일 시작, 내년 5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관에서 열린다. 신안 유적지에서 나온 도자기 42점이 공개된다. 한국 수중고고학의 새 장을 연 신안선 발굴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전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고려청자와 중국청자의 유사.차이점 등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신안선은 원래 중국에서 일본으로 각종 물건을 싣고 가다가 침몰한 배였다.

전시에는 봉황(鳳凰)과 어룡(魚龍) 무늬의 귀 장식을 붙인 '청자어룡식화병(靑磁魚龍飾花甁)', 도자기 입 주위에 대롱형 작은 입을 5개 붙인 '다섯 대롱병(靑磁五管甁)', 다리가 셋 달린 청동향로를 본떠 만든 '청자삼족향로(靑磁三足香爐)' 등이 나온다. 특히 형태가 단정하면서도 근엄하고, 유약의 색채 또한 깊은 호수의 빛을 연상시키는 '청자어룡식화병'은 롱취안 청자의 백미를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 '다섯 대롱병'도 중국 남송 후기의 양식을 지닌 몇 점 안 되는 귀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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