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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위기 기시다, 정치생명 건 초강수"…기시다파 해체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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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파벌의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집권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로 20%를 밑도는 최악의 지지율 상황 속에서다. 일본 내에선 “정치 생명을 건 초강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고치카이(宏池会·기시다파)의 해산도 검토하고 있다”며 “정치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자민당 주요 파벌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가 기시다파 관계자를 입건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서다.

NHK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영수인 기시다파에서도 2020년까지 3년간 3000만 엔(약 2억7000만원)의 수입을 정치자금 장부에서 누락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검찰이 당시 회계 책임자에게 벌금형을 요구하는 약식기소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은 최대 파벌인 아베파에서 시작해 주요 파벌로 번지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는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은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등 아베파의 핵심 인사들을 지난해 말 경질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이후로도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다른 파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계속 추락했다. 지지통신이 지난 12~15일 실시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18.6%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20% 선을 밑도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강진 피해 지역인 일본 이시카와현의 한 대피소를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무릎을 꿇고 대피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지지=연합뉴스

지난 14일 강진 피해 지역인 일본 이시카와현의 한 대피소를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무릎을 꿇고 대피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지지=연합뉴스

급기야 자민당 내에서조차 최근 들어 "문제의 근원인 파벌을 해체하자"는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자민당 정치쇄신본부가 전체 의원을 상대로 연 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는데, 당시 회의에선 “파벌을 해소해 문제 원인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큰) 아베파는 해산해야 한다”는 성토가 나왔다. 다만 파벌 해체를 두고 찬반 입장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진 못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기시다파 해체’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정식 파벌명이 고치카이인 기시다파는 자민당에서 가장 오래된 파벌로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전 총리를 필두로 기시다 총리까지 5명의 총리를 배출한 명문 파벌이다. 일본 정치사에서 경제를 중시해온 온건 보수 파벌로, 현역 의원 규모는 당내 네 번째다.

기시다 총리가 이런 전통의 파벌 해체까지 거론한 것과 관련해 일본에선 “집권 이후 최악의 지지율로 퇴진 위기를 맞은 기시다 총리가 가장 센 카드를 빼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벌간 암묵적인 합의로 운영되는 자민당식 통치의 오랜 관행이 깨질 경우, 오는 9월 예정된 차기 총재 선거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풀이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내에 파벌의 존속을 중시하는 의견도 있고, 기시다파 해산은 당내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파벌에도 해산을 요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일단, 우리로선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아베파 또한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아베파 유력 간부는 아사히에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 방향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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