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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아베파 각료 넷 물갈이…내각 지지율은 첫 10%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새 관방장관에 임명한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상(가운데)이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새 관방장관에 임명한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상(가운데)이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정치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14일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 소속 각료 4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일단 ‘아베파 축출’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정권 운영에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언론에 따르면 아베파 소속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61)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61)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鈴木淳司·65)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宮下一郎·65) 농림수산상이 이날 오전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의 경질이다. 이들이 속한 아베파는 파벌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서 얻은 수익 중 상당액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의원 개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약 5억엔(약 4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새 관방장관에는 ‘기시다파’의 2인자로 불리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2) 전 외상이 기용됐다. 경제산업상에는 무파벌의 사이토 겐(齋藤健·64) 전 법무상, 총무상에는 ‘아소파’ 소속인 마쓰모토 다케아키(齋藤健·64) 전 총무상, 농림수산상으로는 당내 소수 파벌인 ‘모리야마파’ 소속 사카모토 데쓰시(坂本哲志·73) 전 지방창생담당상이 발탁됐다.

하야시 신임 관방장관은 지난해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치적 본거지이기도 한 야마구치(山口)현에서 대를 이어 정치 활동을 한 세습 정치인이다. 역대 정권에서 방위상, 경제재정상, 농림수산상, 문부과학상을 지냈으며 기시다 내각에서 2021년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외상을 지내며 한·일 관계 개선 논의를 이끌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아베파 부대신(차관) 5명도 전원 교체했다. 아울러 아베파에 속한 6명의 정무관(차관급)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내 일부를 교체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가 내각에서 아베파를 배제하며 물갈이에 나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비자금 조성 의혹이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뿐 아니라 총리가 속한 기시다파 등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이달 초까지 회장을 맡았던 기시다파도 파티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으며, 미기재액은 2018∼2020년 3년간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으로 추산된다. 파벌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의원 중 누가 판매한 파티권인지 불분명할 경우 이를 보고서에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 파벌 회계책임자와 의원 비서 등을 조사해 온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날 임시국회 폐회 및 이날 개각 완료에 따라 의원들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선다.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내각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지지통신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전월보다 4.2%포인트 떨어진 17.1%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12월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내각 지지율이 20%를 밑돈 것은 자민당이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기 이전인 2009년 9월 아소 다로(麻生太郎) 내각의 13.4%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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