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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억 비자금' 아베파 의원 또 체포되나…日 90% "해체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집권 자민당 파벌들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케다 요시타카(池田佳隆) 중의원(하원) 의원이 7일 검찰에 체포된 데 이어 고액을 챙긴 다른 의원들도 줄지어 입건될 전망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번 주 정치자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쇄신본부'를 당내에 설치한다고 밝혔지만, 일본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편이다.

지난 12월 19일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도쿄에 있는 아베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2월 19일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도쿄에 있는 아베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날 이케다 의원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같은 아베파 소속의 오노 야스타다(大野泰正) 참의원 의원과 다니카와 야이치(谷川弥一) 중의원 의원을 입건할 방침이다. 세 사람은 파벌 정치자금 파티 참석권(파티권) 판매 금액 중 상당액을 파벌로부터 돌려받고도 이를 의원실 수지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베파 소속 의원 99명이 대부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특히 이들 3명 의원이 착복한 금액이 각각 5년간 4000만엔(약 3억6500만 원) 이상으로 가장 많다. 자민당 아베파는 '파티권' 판매분의 일부를 의원들에게 돌려주면서 계파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와 개별 의원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화한 혐의로 지난 12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베파가 이런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은 2018∼2022년 5년간 총 6억엔(약 54억 원)에 이른다.

NHK 등에 따르면 검찰이 7일 전격적으로 이케다 의원을 체포한 것은 그가 비서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지난달 이케다 의원의 사무실 등을 수색하기 전 저장 매체 등에 담겨 있던 관련 기록이 파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의원들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라, 앞으로 입건되는 의원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마이니치는 내다봤다.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7일 체포된 일본 자민당 이케다 요시타카 의원. 사진 자민당 홈페이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7일 체포된 일본 자민당 이케다 요시타카 의원. 사진 자민당 홈페이지

새해 벽두 발생한 노토 반도 강진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자민당 의원들이 줄지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7일 이케다 의원을 자민당에서 제명 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직 사직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서 "일단 당으로서의 방침은 여기까지"라며 선을 그었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은 20만엔(약 182만 원)이 넘는 파티권을 구입한 개인과 단체의 이름과 금액을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재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혹은 100만엔(약 913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공모가 성립된다면 회계 책임자 이외에도 죄를 물을 수 있다. 공소시효는 5년이다.

'정치쇄신본부' 효과 발휘할까 

제도 개혁 움직임도 시작됐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지난 4일 자민당 내에 총재 직속의 '정치쇄신본부'를 만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자금 모금 파티 관련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파벌의 정치자금 파티를 당이 주도해 감시하거나 파티권 구입비를 현금이 아닌 은행 송금으로 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정치쇄신본부'의 특별 고문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맡는다. 일본 정계 안팎에선 자민당 내 두 번째로 큰 파벌인 아소파의 수장인 다로 부총재와 '무파벌'을 대표하는 스가 전 총리가 쇄신본부를 함께 맡는다면 의견 수렴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와 아소 부총재는 파벌 제도를 개선해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스가 전 총리는 여러 자리에서 "이제 파벌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파벌 정치 타파를 주장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파벌 정치 타파를 주장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일본 국민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8일 발표된 민영방송 네트워크 JNN 여론조사 결과 정치쇄신본부 설치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에 달했다.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의 기재 누락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등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0%였다. '자민당의 파벌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해체해야 한다'가 52%, '개혁해 유지해야 한다'가 39%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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