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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이 몰고 온 무거운 '습설'…주말 강원 눈폭탄 위험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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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 평창군 태기산에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16일 강원 평창군 태기산에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17일 수도권에 기습 폭설이 내린 데 이어 18일부터 주말까지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10㎝가 넘는 눈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에 내리는 눈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어서 무게로 인한 시설물 붕괴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동풍의 영향으로 강원 영동에는 비 또는 눈이 장기간 내리면서 일부 지역은 강한 눈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강원 중·북부 산지에는 19일까지 5~10㎝의 눈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 강원 북부 동해안과 남부 산지에도 2~7㎝의 눈이 내려 쌓일 전망이다. 이에 기상청은 강원 북부와 중부 산지에 대설주의보를 발표했다. 제주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19일까지 최대 60㎜에 이르는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0도 오가는 날씨에 복잡해진 겨울 강수 패턴

올겨울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눈을 볼 수 있는 날이 예년보다 잦은 편이다. 기상학적으로 눈은 대기 중에 있는 구름으로부터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 결정을 말한다. 같은 눈이라도 형태별로 다양한 이름이 존재한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낙하속도와 기온에 따라  ▶함박눈 ▶가루눈 ▶싸락눈 ▶진눈깨비 등 크게 4가지 형태로 나뉜다. 기온이 높고 천천히 낙하하면 함박눈, 기온이 낮고 빠르게 낙하하면 싸락눈이 될 확률이 높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최근처럼 기온이 영상과 영하를 오갈 때는 더 복잡한 겨울 강수 패턴이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17일 오전부터 함박눈이 내리다가 기온이 점점 오르면서 진눈깨비가 됐다가 다시 비로 바뀌기도 했다. 이렇게 1도 미만의 차이에도 눈과 비가 바뀌다 보니 기상청의 눈 예보도 더 어려워졌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대기 하층부에 눈과 비의 경계라고 할 수 있는 0도의 경계가 걸쳐져 있어서 한쪽은 눈이 내리고 어느 지역은 눈·비가 섞여 내리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예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증기 머금은 동풍에 주말까지 습설 주의보

강릉원주대 연구팀이 지난 겨울 강원 강릉에서 촬영한 눈결정. 눈결정이 낙하 과정에서 서로 결착하면서 1cm 이상 커졌다. 사진 김병곤 강릉원주대 교수

강릉원주대 연구팀이 지난 겨울 강원 강릉에서 촬영한 눈결정. 눈결정이 낙하 과정에서 서로 결착하면서 1cm 이상 커졌다. 사진 김병곤 강릉원주대 교수

18일부터 강원 영동 등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내리는 눈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초겨울(12~1월) 서쪽 지역에 내리는 눈이 주로 건조하고 가벼운 건설인 것과 달리 동쪽 지역에 내리는 눈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무거운 습설인 경우가 많다. 동풍을 따라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동해에서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눈구름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건설과 습설은 같은 양의 눈이 내려도 무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난다.

실제로 강릉원주대 연구팀이 지난 겨울에 강원 강릉 일대에 내린 눈 결정을 분석한 결과 습설이나 결착형 입자의 관측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김병곤 강릉원주대 교수는 “건설의 경우 눈 결정이 가벼워서 눈구름에서 10㎞까지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고 잘 뭉쳐지지 않는 것과 달리 동풍에 의해 내리는 습설은 눈 결정의 밀도가 높아서 무겁고, 낙하 과정에서 서로 결착해 1㎝까지 커지는 경우도 있다”며 “비닐하우스나 가건물 파괴 등의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 영동을 중심으로 내리는 눈은 이번 주말까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북동풍이 찬 공기를 쓸어내리면서 동해 상에서 만들어진 눈구름이 내륙으로 들어오고, 주말에는 수증기가 많은 따뜻한 남동풍까지 가세하면서 눈의 강도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상청은 “무거운 눈에 의해 축사 및 비닐하우스, 약한 구조물 붕괴 등 시설물 피해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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