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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06)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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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의 지원병을 공격한 것은 장익과 요화였습니다. 사마의는 홀로 숲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요화가 앞장서 추격했습니다. 일촉즉발. 사마의는 다급했습니다. 요화가 사마의를 칼로 내리쳤습니다. 사마의가 나무를 끼고 돌아서자 요화의 칼날이 나무에 박히고 말았습니다. 요화가 칼을 빼어 들었을 때 사마의는 벌써 숲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요화가 숲 동쪽에서 황금투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투구를 주워 말 위에 매달고 곧장 동쪽으로 달려갔습니다. 30리를 달려도 종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마의는 투구를 동쪽에 버리고 서쪽으로 달아났던 것입니다. 제갈량은 1만여 석에 이르는 위군의 군량을 손쉽게 획득했습니다. 사마의는 군량을 잃고 목숨까지 위태로웠으니 이래저래 매우 속이 상했습니다. 이러한 때, 영채로 조서가 도착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동오가 삼로(三路)로 쳐들어오고 있어 조정에서는 장수를 임명해 적을 막고자 한창 협의하고 있으니, 사마의 등은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가 싸우지 말라!’

사마의는 도랑을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은 채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한편, 손권의 군사가 삼로로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조예는 유소, 전예, 만총 등에 명하여 동오군을 막도록 했습니다. 만총이 오군의 허점을 기습하여 제갈근의 군사를 대파했습니다. 척후병이 육손에게 사실을 보고하자 육손이 장수들을 모아놓고 협의했습니다.

제갈근.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근. 출처=예슝(葉雄) 화백

내가 주군께 표를 올려 신성을 포위하고 있는 군사를 철수시켜 위군의 퇴로를 막으라고 할 것이오. 그와 함께 우리 군사가 그들의 앞을 공격하면 저들이 앞뒤로 막아내지는 못할 터이니 일고에 무찌를 수 있을 것이오.

육손은 하급장교를 불러 은밀히 신성에 있는 손권에게 표를 가져다 바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위군의 경비병에게 붙잡혀 계략이 탄로 나고 말았습니다. 제갈근은 패전으로 사기도 떨어진 데다가 여름 더위로 인마가 병이 생기자 군사를 철군시키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육손은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에 육손을 만나 건의했습니다. 그러자 육손이 늦추는 이유를 알려주었습니다.

우리 군사를 철수시키려면 천천히 움직여야 하오. 지금 만약 즉각 후퇴시키면 위군이 반드시 틈을 타고 추격해 올 것이오. 이것은 패전을 자초하는 길이오. 족하는 우선 전선(戰船)을 거느리고 막아 싸우려는 것처럼 행동하시오. 나는 전체 인마를 거느리고 양양을 향해 진군하여 적들을 현혹하겠소. 그런 다음 천천히 강동으로 물러나 돌아가면 위군은 자연히 접근하지 못할 것이오.

육손의 계략에 따른 움직임은 즉각 위군에도 탐지되었습니다. 위군 장수들은 모두 나가 싸우려고 했지만 육손의 지략을 아는 조예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육손은 꾀가 많으니 유인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 가벼이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오.

며칠 뒤 척후병이 동오의 군사가 모두 물러갔음을 보고했습니다. 조예는 믿을 수 없어 다시 사람을 보내 확인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보고내용은 사실이었습니다. 조예는 육손의 용병술에 감탄하고 동오를 평정할 수 없음을 알고는 장수들에게 요충지를 굳게 지키게 하고 정세의 변화를 기다렸습니다.

한편, 제갈량은 기산에서 오래 머물 계책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촉군에게 그곳 백성들과 어울려 농사를 짓게 하고 촉군은 소출의 3분의 1만 차지하도록 했습니다. 백성들도 안심하고 좋아했습니다. 사마사가 이러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요화의 칼날을 피해 도망치는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요화의 칼날을 피해 도망치는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촉군은 그 많은 우리의 군량을 뺏고도 이제 또다시 우리 백성들과 어울려 위수 가에서 농사를 지으며 아예 눌러앉을 계획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국가의 큰 걱정거리입니다. 어째서 제갈량과 기약하고 한바탕 크게 싸워 자웅을 가르지 않으십니까?

나는 성지(聖旨)를 받들어 굳게 지키고 있다. 가벼이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다.

위연이 지난날 원수께서 잃어버린 황금 투구를 갖고 나와 욕설을 퍼부으며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성인께서도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책을 어지럽힌다’고 말씀하셨다. 굳게 지키는 것이 상책이다.

사마의는 모든 장수가 싸우자고 했지만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다른 계략을 세웠습니다. 마대에게 목책을 둘러치고 영채 안에 참호를 깊이 파게 한 다음 마른 나무와 인화물질 쌓아 두고 주위 산마루에는 마른 나무와 풀로 초막을 짓게 하여 안팎에 모두 지뢰를 숨겨놓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마대와 위연, 고상에게 차례대로 분부했습니다.

호로곡 뒷길을 막고 군사들을 골짜기 어귀에 몰래 숨겨놓으라. 만약 사마의가 뒤쫓아 오거든 그들이 골짜기로 들어가도록 놓아두었다가 즉시 지뢰와 마른 나무 등에 일제히 불을 질러라. 또 군사들에게 낮에는 골짜기 어귀에 칠성호대(七星號帶)를 세워 놓고, 밤에는 일곱 잔의 등을 산꼭대기에 밝혀 신호하게 하라.

자네는 군사 5백 명을 이끌고 위군 영채로 가서 싸움을 걸어라. 반드시 사마의가 싸우러 나오도록 유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겨서는 아니 되니 지고 달아나는 체하라. 사마의는 반드시 추격해 올 것이다. 그대는 칠성기가 꽂혀 있는 곳으로 들어오라. 만일 밤이면 일곱 개의 등불이 있는 곳으로 달아나는 체하며 사마의를 호로곡 안으로 끌어들이라. 나에게 잡을 방책이 있다.

너는 군량을 실은 목우와 유마를 이삼십 채 혹은 사오십 채씩 무리 지어 이끌고 산길을 돌아다니도록 하라. 만일 위군에게 빼앗긴다면 그것이 너의 공이다.

사마사.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사. 출처=예슝(葉雄) 화백

각각의 장수에게 지시를 내린 제갈량은 둔전을 핑계로 기산에 있는 군사를 이동배치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군사가 와서 싸우거든 지는 체하고 사마의가 직접 오거든 힘을 합쳐 위수 남쪽을 공격하여 퇴로를 막도록 하였습니다.

하후혜, 하후화가 이 사실을 고했지만 사마의는 제갈량의 유인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장수가 죽기로 싸우겠다고 하자 각각 5천 명의 군사를 주고 결과를 주시하기로 했습니다. 두 장수가 여러 번에 걸쳐 촉군을 이기자 기뻤습니다. 특히, 제갈량이 기산에 있지 않고 상방곡(호로곡) 지역에 영채를 세우고 매일 군량을 운반하다 저장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습니다. 사마의가 장수들을 소집하여 명령했습니다.

제갈량은 지금 기산에 있지 않고 상방곡 영채에 있다. 너희들은 내일 일제히 힘을 합쳐 기산 본영을 공격해 빼앗아라. 내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지원하러 가겠다.

아버님은 무엇 때문에 거꾸로 그들의 배후를 공격하려 하십니까?

기산은 바로 촉군의 본거지다. 만약 우리 군사가 공격하면 반드시 각 영채에서 모두 달려와 구하려 들 것이다. 그러면 나는 바로 상방곡을 공격하여 그들의 군량과 말먹이를 태워버리고, 그들이 머리와 꼬리에서 서로 지원하지 못하게 하면 반드시 크게 무찌를 수 있을 것이다.

제갈량은 기산 영채에 있었습니다. 위군의 대오를 살펴보고는 기산 영채를 공격할 것임을 알고 즉시 장수들에게 은밀히 명령을 전달했습니다.

만약 사마의가 직접 오거든 너희들은 즉시 위수 남쪽에 있는 영채를 기습하여 빼앗아라!

드디어 위군이 촉군의 영채를 기습했습니다. 촉군은 사방에서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구원하러 가는 시늉을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마의는 즉시 두 아들과 중군을 호위하는 인마를 이끌고 상방곡으로 달려갔습니다. 위연이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3합을 싸우고는 도망쳤습니다. 사마의 삼부자는 위연이 적은 병력뿐이자 마음 놓고 추격했습니다. 위연은 칠성기를 보고 골짜기 안으로 달아났습니다. 정탐병이 와서 복병은 없고 산꼭대기마다 초막이 있다고 보고하자 군량임을 직감하고 즉시 군마를 몰고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초막 위에는 모두 마른 나무와 풀만 있었습니다. 순간, 사마의는 의심이 들어 두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적군이 골짜기 어귀를 막는다면 어떻게 하느냐?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함성이 크게 진동하며 산 위에서 일제히 불 다발이 떨어져 내리며 골짜기 어귀가 온통 불구덩이가 되었습니다. 사마의는 두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습니다.

우리 삼부자가 여기서 죽는구나!

이때, 갑자기 미친 듯 바람이 불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소낙비가 퍼부었습니다. 그 비에 골짜기의 불이 꺼졌습니다. 사마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호로곡을 빠져나와 도망쳤습니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죽일 수 없게 되자 탄식하듯 말했습니다.

계획은 사람이 하지만 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려있으니 억지로 해서는 안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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