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1760만원, 한국선 2990만원 … 혼다 시빅, 고가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화 약세에도 신차를 일본.미국보다 70% 이상 비싼 가격으로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29일 준중형 세단 시빅 2.0(사진)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시빅은 미국에서 현대차 아반떼와 경쟁하는 모델로 아반떼보다 10~15% 정도 비싸다. 시빅 2.0의 국내 가격은 2990만원으로 애초 예상 가격보다 100만원가량 올라갔다. 같은 옵션의 시빅 2.0은 일본에서 220만 엔(약 1760만원), 미국(EX 모델)에서 1만9000달러(약 1767만원) 정도에 팔린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관세.특소세 등을 더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며 "미국.유럽에서 워낙 인기 차종이라 한국에 물량을 배정받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시빅은 일본에선 판매 순위 3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차종이다. 전문가들은 관세(8%)를 감안해도 한국에서 미국보다 70% 이상 비싸게 파는 것은 심하다는 반응이다.

대림대학 김필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수입차는 각종 세금을 더해 미국 판매가격보다 40~50% 정도 비싼 게 적정 가격"이라며 "시빅은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드는 럭셔리카가 아닌 데다 엔저까지 계산해 보면 지나치게 비싸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영업이익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빅은 최고 155마력의 2.0ℓ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 핸들에서 기어 변속을 하는 패들시프트 등 고급 옵션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한편 '내비게이션에 독도를 의도적으로 지웠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도요타코리아의 렉서스 LS 460은 이달 수입 대형차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이달 9일 판매에 들어간 이 차는 이날 현재 롱보디(1억6300만원)가 134대, 기본형(1억3000만원)이 169대 팔렸다. 이 차도 미국.일본에서보다 70% 이상 비싸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대당 1억원이 넘는 값비싼 차량이 판매 한 달도 안돼 300대 이상 팔린 경우는 처음"이라며 "독도 파문이 오히려 렉서스 홍보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요타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서 '내비게이션에 독도가 명확히 표기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내비게이션을 바꾸지 않고 현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