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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도 냈지만 무죄… 공소장 허점 파고들어

중앙일보

입력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음주 측정 거부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공소장의 허점을 파고들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즉각 항소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오흥록 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재판 중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고, 사고 현장에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2년 1월 7일 오전 4시6분께 부산 한 도로에서 도로시설물을 들이받았다. 사고 후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경찰을 밀치고 욕하는 등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과거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적이 있다. A씨는 재판 과장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A씨와 변호인은 재판에서 "음주 감지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달리 음주 측정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오 판사는 당시 사고 현장에 출동한 사상경찰서 경찰관 두 명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진술을 들었다. 현장 경찰관은 "차에서 내린 피고인이 만취하여 정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았다"며 "A씨가 경찰관들을 밀치거나 현장을 이탈하려 하는 등 도저히 음주 감지 요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현장에서 곧바로 현행범 체포를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들 증언 이후 A씨가 사고 현장이 아닌 교통조사계로 인계된 뒤 음주 측정을 요구받았으나 거부했다며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A씨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오 판사는 "A씨 죄가 없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사고 현장에서 경찰관 중 누군가가 피고인에게 음주 감지 요구를 한 내용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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