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I 세계’ 가속도…제품·서비스에 담을 콘텐트 고민해야”

중앙일보

입력

라이프-에릭 린트너 IFA 최고경영자(CEO). 고석현 기자

라이프-에릭 린트너 IFA 최고경영자(CEO). 고석현 기자

“인공지능(AI)의 홍수다. 삼성전자가 ‘AI 스마트폰’을 선보인다고 하고, TV에도 AI가 탑재되는 등 어느 곳에나 AI가 있다고 한다. 동시에 AI를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AI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하게 가지게 되는 두려움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들에게 AI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산업계가 머리를 모아서 풀어야 할 게 바로 그 지점이고 그에 맞는 콘텐트도 고민해야 한다.”

라이프-에릭 린트너 IFA CEO 인터뷰 #유럽 최대의 가전·IT 박람회 신임 수장 #

유럽 최대의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IFA의 신임 수장 라이프-에릭 린트너 IFA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쇼(CES) 2024가 한창이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AI가 세계적 화두다.
“‘AI 세계’로의 여정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더 확산할 것이다. 모든 기업이 제품·서비스에 AI를 담으려고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AI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IFA 전시회에선 일반인들이 ‘AI가 무엇인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고민할 것이다. AI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기회라 보고 새 기술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IFA는 어떤 방향으로 이끌 건가.
“IFA는 올해 100주년을 맞는다. 과거부터 ‘IFA가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는 두려움도 컸다. 가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양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삼성이 신형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TV를 선보이는 등 가전 업계가 질적으로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속 가장 위대한 기술적 혁신을 기념한다’는 게 IFA의 미션이다. IFA의 로고를 보면 눈과 귀가 강조돼있는데, 보고 듣는 게 전시회의 본질이다. 올해는 콘텐트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IFA가 강조하고자 하는 분야는.
“AI를 비롯해 AR·VR 등 확장 현실, 지속 가능성, 엔터테인먼트·콘텐트, 홈 엔터테인먼트 등 다섯 가지 분야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상당 부분을 콘텐트 제작 혁신기술에 할애해 인플루언서 등에게 새로운 참여 경험을 주고자 한다. 업계의 수요를 반영해 모빌리티·게임 등도 강화하겠다. 특히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IFA 넥스트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전엔 많은 스타트업을 선보이는 게 목표였지만, 올해는 양보다 질에 집중해 미래 혁신의 장으로 만들겠다. 한국 스타트업도 많이 참가해줬으면 한다.”

-산업전시회에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매번 새로운 제품을 찍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이 집중하는 화두와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IFA는 가전 전시회다. IFA가 열리는 베를린은 혁신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도시 중 하나다. 스타트업도 많다. 고객 경험, 엔터테인먼트 혁신 콘텐트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이 보여줬으면 하는 내용은.
“삼성·LG 등은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회사들인데 기술의 큰 줄기보다는 특정 가전제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쉬웠다. 현재보단 미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한국 K-팝과 같은 ‘K-콘텐트’는 독일·유럽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영향력이 크다. K-콘텐트의 경쟁력을 기술력에 접목해 어떻게 녹일지 고민해줬으면 한다. 네이버·카카오·SK하이닉스·아모레퍼시픽 등 테크를 등에 업고 성장하는 기업들도 IFA에서 혁신을 보여줬으면 한다.”

-중국 가전 업계의 활약이 대단하다.
“최근 중국 기업의 활약은 글로벌 업계에 각성 요소로 작동하는 것 같다. 시장에 ‘더 빠르고 민첩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구나’하는 울림을 주기도 한다. 다만 중국 기업들은 삼성·LG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랜 기간 배운 내용을 아직 배워가는 단계다. 그동안 소비자 설득보다 물량·가격 공세를 퍼부어왔다. 눈에 띄는 건 이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거다. 약점이던 실행력과 마케팅이 개선되고, 장기 트렌드를 분석하며 시장에 접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IFA는 중국 기업만을 위한 전시회가 아니다. 한국·일본·대만 등의 기업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내고 싶다.”

-산업계에 직면한 과제와 기업의 역할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공급망 문제 등 글로벌 산업계은 다양한 문제가 직면해있다.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단거리 경주로 해결할 수 없다. 마라톤처럼 장기적 과제라 생각해야 한다. 기업도 이를 명심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을 때다.”

☞라이프-에릭 린트너=지난해 7월 IFA의 신임 CEO로 취임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렉셀·소니 등 글로벌 가전·IT업계에서 25년 간 일해왔다. 2019년부터 삼성전자 독일지사 TV 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일했다. 독일 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IFA는

올해 100주년을 맞는 IFA는 글로벌 산업·테크 박람회의 원조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시회로 꼽힌다. 1924년 독일 정부가 당시 뉴미디어였던 라디오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유럽 산업계의 기술경연장이 됐다.

카오디오(1932년)·컬러TV(1937년)·컴팩트디스크(CD·1981년)이 최초로 공개된 무대가 이곳으로, 시대별 혁신제품 데뷔무대 역할을 해왔다. 1930년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기조연설자로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가 주관하며, 올해는 오는 9월 6~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