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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만, 미국 택했다…'친미' 라이칭더 총통 당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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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가운데) 주석이 차기 총통에 당선됐다.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친 라이 당선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가운데) 주석이 차기 총통에 당선됐다.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친 라이 당선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주석이 승리를 거뒀다. 독립·반중 성향의 민진당은 대만에서 1996년 직선제 총통 선거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라이 주석은 당선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민주편에 섰음을 알렸다”고 이번 선거의 의의를 내세웠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중화민국의 헌정체제에 따라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며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대등과 존엄이라는 전제 아래 봉쇄를 교류로 대신하고 대항을 대화로 바꾸겠다”며 중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제1 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는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 개표가 93% 진행되던 상황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제3후보인 대만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젊은 MZ 세대의 지지를 업고 26.46%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대만 정치의 양당 구도를 무너뜨린 “백색 혁명”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왔다.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중앙선거위원회 18층에 마련된 중앙선거개표상황센터에 해외 참관단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타이베이=신경진 기자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중앙선거위원회 18층에 마련된 중앙선거개표상황센터에 해외 참관단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타이베이=신경진 기자

친미 성향을 띄고 대만과 중국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독립노선의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한층 긴장을 이어가게 될 전망이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라이 후보가 558만6019표(40.05%), 허우 후보가 467만1021표(33.49%), 커 후보가 369만466표(26.46%)를 각각 기록했다고 최종 집계했다. 앞서 12일 승리를 예상한 민진당 선거 캠프는 외신 기자들에게 타이베이의 베이핑둥루(北平東路)에서 ‘선거 승리의 밤’ 집회를 예고했다.

세계가 주목한 이번 대만 선거는 예상보다 높은 71.86% 투표율을 기록했다. 라이 후보는 지난 2019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 부총통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2022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차이 총통을 이어 민진당 주석을 맡아왔다.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의회) 선거에서는 민진·국민·민중 3당 모두 과반수를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총 113석 중 국민당이 52석을 차지하면서 의회 제1당을 되찾았다. 4년전 38석보다 14석이 늘었다. 민진당은 기존 61석에서 10석이 준 51석에 그쳤다. 민중당이 8석, 무소속이 2석을 차지했다. 의회 다수당이 된 국민당과 집권 여당인 민진당 모두 57석 과반수에 못미치면서 커원저의 민중당이 사안별로 민진당과 국민당과 손잡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됐다. 대만 언론은 라이칭더 차기 총통이 ‘협상식 민주’의 시험대에 섰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의 막판 쟁점은 양안관계였다.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지난 10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양안관계는 시진핑을 믿어야 한다”며 신습론(信習論)을 제기하자 젊은층이 크게 반발했다.

MZ 세대는 10년전인 2014년 3월 마 총통이 중국과 체결한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안을 저지하기 위해 입법원(국회) 청사를 점거했던 당시 대학생의 ‘해바라기 운동’을 상기하며 높은 투표율로 화답했다. 마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이칭더도 시진핑과 저녁을 희망한다 했다. 만일 상호신뢰가 없으며 저녁 자리가 마련되겠는가”라며 ‘신습론’ 주장을 이어갔다.

중국은 민진당이 대만의 주류 민의를 대표할 수 없다며 선거 결과를 깎아내렸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은 13일 밤 “이번 대만 지역의 두 가지(총통 ·입법원)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 내 주류 민의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이번 선거는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꾸지 못하며, 조국은 끝내 통일되고 반드시 통일된다는 대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만 총통선거과 입법의원선거 투표일인 이날에도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이어졌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대만군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8대와 군함 6척을 각각 포착했다고 대만 자유시보는 전했다.

앞서 현지 언론은 라이칭더가 당선될 경우 당선 확정 이후부터 신임 총통의 취임식이 예정된 5월 20일까지 약 100일 간 양안이 '탐색의 시간'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행동'에 나설 것을 예상하는 매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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