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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확전 우려…물류·유가 불안 가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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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호 01면

미·영, 예멘반군 공습 vs 이란, 미 유조선 나포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시간)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한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정밀 타격했다. 전날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미 유조선을 나포한 데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 공습을 당한 후티 반군도 즉각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동 내 친이란 세력과 미·영 등 서방 간 군사적 대결이 고조되면서 5차 중동전쟁 발발 우려마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 사태에 이은 중동 정세 긴장으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등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영국군은 12일 전투기·함정 등을 동원해 100여 발의 미사일로 후티 근거지를 정밀 타격했다. 목표물은 예멘의 수도 사나와 홍해 항구 도시 호데이다, 북서쪽 사다하 등 16개 지역에 있는 후티의 무기 저장소와 방공 시스템 등이다. 최소 60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격은 호주·바레인·캐나다·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았고, 사정거리가 1250∼2500㎞에 이르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사용됐다. 미군이 예멘 내 후티 근거지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습 뒤 성명을 내고 “세계 무역로를 위협하는 후티의 전례 없는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예멘의 여러 목표물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영국 공군 전투기가 표적 공격 수행을 도왔다. 이번 공격은 자위권을 위한 제한적이고 필요한 비례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은 미·영국군 공습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중동 정세는 이란을 비롯한 후티·하마스·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 등 친이란 세력과 미국·이스라엘 등 친서방 세력이 군사적으로 직접 충돌하는 형국으로 비화했다. 후티의 후세인 알-에지 외무 부장관은  “미국과 영국 두 나라는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고 노골적인 이번 침략의 끔찍한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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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2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가 약 4% 상승했다.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가져오는 한국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 비상 대책반’ 회의를 열고 선박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초 사이 북유럽·지중해 노선에 총 4척의 임시 컨테이너선을 투입키로 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유관 부처·기관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수출 및 에너지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영, 후티 근거지 60곳에 토마호크 등 100발…한국 포함 10개국 “공습 지지”

영국 공군 전투기 타이푼이 12일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은 이날 예멘 수도 사나 등을 공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공군 전투기 타이푼이 12일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은 이날 예멘 수도 사나 등을 공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동 내 확전을 우려해 후티 공격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후티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 19일부터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27차례 공격하자 결국 군사 대응에 나섰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등에 국력의 상당 부분을 쏟아부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후티 공격에 소극적이었으나, 후티의 공격이 날로 대담해지면서 단호한 미국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 사태는 후티가 자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이란 해군은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이란은 이 유조선이 자국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후티의 홍해 공격과 함께 이란이 오만만 근처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에 위협을 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도 “이스라엘이 최근 헤즈볼라·하마스 고위급을 레바논·시리아 영토에서 공격해 친이란 세력과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이 예멘 공습으로 ‘이스라엘 뒤에 우리가 있으니 확전하지 마라’고 확실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번 이스라엘 방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에게도 더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미국 유조선 나포와 미국의 즉각적인 반격으로 긴장감이 일거에 높아졌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확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고 있다. 백승훈 전임연구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집트와 내전으로 여력이 없는 시리아, 홍해를 세계 경제 거점으로 구축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프리카중동팀 전문연구원은 “유가가 다소 오를 수 있으나 그 상승 폭이 매우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던 50여 년 전과 달리 2000년대 셰일가스 채굴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가장 많아지는 등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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