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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은 왜 어린아이 같은 그림 그렸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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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새벽의 표정’을 찾아, 장욱진의 작품들을 살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새벽의 표정’을 찾아, 장욱진의 작품들을 살폈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새벽의 풍경’전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중 한 사람인 장욱진(1918~1990)의 작품 세계는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순진무구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또 집·까치·가족·개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소재가 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장욱진은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걸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새벽의 풍경’을 통해 장욱진의 작품세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1910년 일본에 국권을 침탈당한 뒤 일제강점기가 한창이던 1918년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난 장욱진은 경성 제2고등보통학교(지금의 중고등학교)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 21세에는 전국학생미전에서 최고상인 사장상과 중등부 특선상을 받을 만큼 그림에 재능을 보인 그는 1939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도쿄의 제국미술학교(지금의 무사시노 미술대학) 서양학과에서 수학하면서 서양 미술의 여러 사조를 배웠다.

‘가족도'(1989) 장욱진의 작품은 언뜻 보면 단순한 형태지만 해당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기 위한 그의 고민이 담겨 있다. ⓒ(재)장욱진미술문화재단

‘가족도'(1989) 장욱진의 작품은 언뜻 보면 단순한 형태지만 해당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기 위한 그의 고민이 담겨 있다. ⓒ(재)장욱진미술문화재단

당시 서양 미술계에는 원근법·명암법 및 다채로운 색채를 통해 현실적인 묘사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화가의 생각·감정을 반영한 형태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사물을 여러 시점에서 본 형태를 한 화면에 조합하고, 형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미술 사조를 입체주의(큐비즘·Cubism)라 한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이 대표적이다. 또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감정·감각의 표현이며 회화를 구성하는 선·형태·색채 등은 이를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표현주의도 등장했다. 장욱진은 입체주의·표현주의 등 현대 미술사조를 받아들여 실험을 거듭하며 자신의 화풍을 연구하고 정립해 나갔다.

유학을 마친 장욱진은 국립박물관 재직 시절(1945~1947)과 서울대 미대 교수 시절(1954~1960)을 제외한 모든 생애를 경기도 덕소·용인, 충북 수안보 등 한적한 시골에 있는 화실에서 보내며 창작활동에만 전념했다. 전시 ‘새벽의 표정’에서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던 장욱진이 새벽에 일어나 산책하면서 주변의 자연물을 관찰하고 포착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로수'(1989). 장욱진은 생의 대부분을 시골에 마련한 화실에 거주하면서 자연에서 본 존재들을 그렸다. ⓒ(재)장욱진미술문화재단

‘가로수'(1989). 장욱진은 생의 대부분을 시골에 마련한 화실에 거주하면서 자연에서 본 존재들을 그렸다. ⓒ(재)장욱진미술문화재단

사물의 형태가 매우 단순함에도 장욱진의 그림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왜냐하면 사물의 형태를 최대한 그리는 것이 아닌, 작가가 사물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다고 생각해보자. 그 장면을 직접 봤다면 나무가 ‘쿵’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다고 인식할 것이다. 나무가 낸 소리가 우리 귀를 통해 들어왔고, 우리의 뇌가 그 소리를 ‘쿵’이라는 글자로 변환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우리가 나무가 쓰러질 당시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쿵’이라고 인식된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나무가 쓰러진 현상보다 그걸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 중요한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현대미술, 특히 회화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물의 형태를 눈에 보이는 대로 재현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반영한 개성적인 형태로 재구성해 화폭에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얼마나 실제 형태와 비슷하게 그렸는지가 아닌 작가의 감정과 생각을 얼마나 독창적으로 화폭에 구현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그림을 감상할 때도 많은 상상력과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장욱진의 작품이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높이 평가받는 까닭도 이와 연결돼 있다. 언뜻 보면 단순한 형태이지만 그 안에 장욱진이 포착한 해당 사물의 본질을 포함해 여러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와 돼지'(1985). 소·돼지 등 여러 동물 사이에서 홀로 있는 검은 개의 모습은 장욱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도상이다. ⓒ(재)장욱진미술문화재단

‘소와 돼지'(1985). 소·돼지 등 여러 동물 사이에서 홀로 있는 검은 개의 모습은 장욱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도상이다. ⓒ(재)장욱진미술문화재단

장욱진은 ‘사실을 새롭게 보자’는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1947년 김환기·유영국 등 동시대에 활동하던 화가들과 ‘신사실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연·사물을 캔버스에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사물 안에 내재한 근원적이고 정신적인 본질을 탐구해 작품에 옮기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신사실파의 작품은 언뜻 보면 형태가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대담한 표현을 추구한 경우가 많다. 하늘에 파란 달과 주황색 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담은 ‘가족도'(1989)만 봐도 나뭇가지 등 세부적인 형태 표현을 생략하고, 나무를 보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선·색·면 등으로 화폭에 옮기는 데 집중한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 작품이 많은 만큼, 장욱진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를 아는 것도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까치는 장욱진이 평생에 걸쳐 그린 유화 730점 중 약 60%에 등장할 정도로 그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영리한 까치는 자신을 편안하고 평범한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던 장욱진의 생각과 잘 맞아떨어지는 도상(圖像)이다. 또한 집은 그에게 단순히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예술적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새벽의 표정’에서는 만물이 생동하기 직전의 순간인 새벽에 장욱진이 자연에서 포착한 다양한 풍경을 그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새벽의 표정’에서는 만물이 생동하기 직전의 순간인 새벽에 장욱진이 자연에서 포착한 다양한 풍경을 그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검은 개 역시 장욱진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도상이다. ‘소와 돼지'(1985)를 살펴보면 소와 돼지를 포함해 여러 동물이 무리를 지었는데, 검은 개는 이들 사이에서 혼자다. 시골에 살면서 작품 활동에 매진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던 장욱진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즉, 이 작은 개는 장욱진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표현한 형상으로 볼 수 있다. 소와 송아지, 닭과 병아리, 돼지 등 동물 가족이 화목하게 그려져 동물에 대한 화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동물 가족'(1964)에도 이 검은 개가 등장한다. 검은 개는 이들의 뒤에 아주 조그맣게 혼자 있다.

이처럼 작품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먼저 그림을 열심히 보면서 ‘왜 이렇게 그렸을까’ 생각해 본 다음, 작품 제목을 확인하거나 작품 해설을 찾아보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난해하게만 보였던 근현대 미술품을 전시한 미술관에 가는 게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새벽의 표정’

전시 기간: 2024년 8월 18일(일)까지

전시 장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2층 상설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휴무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관람료: 19세 이상~65세 미만 5000원, 8세 이상~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및 군인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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