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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캠프데이비드 회담 업그레이드…한국서 2차회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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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신각수

한국 외교는 지난해 세 가지 뚜렷한 성과를 올렸다. 그간 한·일 관계를 어렵게 했던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선순환 구조로 전환시켜 조기 회복의 길을 찾았다. 이를 기반으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원칙·정신·공약의 3개 기본문서를 채택함으로써, 정체 상태의 한·미·일 협력체제를 재가동하고 협력의 범위와 깊이를 크게 업그레이드했다. 동시에 작년 1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에 살을 붙이는 작업도 궤도에 올랐다. 이를 통해 외교의 축을 동맹과 가치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재조정하고, 외교의 지평을 한반도 중심에서 지역과 글로벌로 넓혔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약화, 미국의 상대적 퇴조와 신고립주의 성향, 세계화의 정체, 북한의 사실상 핵무장국가 완성 등 미증유의 복잡한 대외환경을 헤쳐가기 위한 정체성·국익·가치에 기반을 둔 적절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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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각 협력체제는 3국이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세계 10위 내에 속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인·태 지역 내 쿼드·AUKUS 등 다른 소다자협력체보다 강력한 평화·번영의 축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역내 위협 증가에 대응해 나토와 같은 다자동맹체제 구축이 어려운 상황에서, 동맹국·동반자국을 연결해 통합억지를 추구하는 기제로서도 중요하다. 2023년 3자 간에 정상회담 3회, 외교장관회담 4회, 국방장관회담 2회, NSC 협의 6회, 실무급 회의 3회, 군사훈련 7회 등 중층적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3국 간 국익·국력·전략인식 차이로 의견과 입장의 차이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잘 조율해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에 우선하고, 미국은 대중 경쟁에 집중하고, 일본은 동아시아 역내 역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문제의 주변화를 경계해야 한다. 둘째, 3국 협력 효과의 최적화를 위해 군사뿐만 아니라 외교·경제·정보·금융·개발·법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분야 전체를 놓고 3국 간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각국의 정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화에 힘써야 한다. 정상회담의 연속 개최 중요성에 비추어 올해 한국에서 이른 시일 내 2차 정상회담을 주최하고 사무국 설치를 모색해야 한다. 3국 국민 여론의 지지도 중요하므로 공공외교와 홍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3국 관계의 약한 고리인 한·일 관계 안정화를 위해 선순환구조를 조기 정착하고 과거사 문제가 재부상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 다섯째, 동남아·서남아·중앙아·태평양도서국 등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협력을 심화시켜야 한다. 개발원조나 사이버안보 같은 분야에서 대상국 수요에 맞추어 3자+α 네트워크를 중층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방안이다. 여섯째, 과부하를 해소하고 보험 효과를 위해, 사안별로 유사한 입장인 호주·캐나다·뉴질랜드·인도·영국·프랑스·독일 등을 다양한 소다자 틀로 연계하는 것도 좋다.

일곱째, 3국 협력은 역내 평화와 번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개방성과 포용성을 견지하면서 한·중·일 3국 협력도 가동해야 한다.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는 의연히 대응하되, 과도한 미·중 대립을 피하고 협력의 기회를 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미·일 3각 협력체제는 포스트 탈냉전시대의 평화 오디세이 항해에서 불확실성·변동성·복잡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복합위기와 다발 전쟁 상황에 탄력성 있게 대처하는 데 필수 요소다. 협력 성과의 조기 수확을 통한 안정화와 지속성을 담보할 제도화를 위해 3국이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평화 오디세이 참석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옥채 요코하마 총영사,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김재신 전 주 독일대사, 김진호 단국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박홍규 고려대 교수,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 신정승 전 주중국 대사,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정승조 전 합참의장, 주완 김앤장 변호사,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최상용 전 주일본 대사,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한용섭 국방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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