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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변' 협박한 김정은 사흘 연속 포격…연초 군사행동 나선 北속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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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7일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포격 도발을 벌였다. 지난 5일과 6일에 이어 사흘 연속 기습 포격을 감행하면서 군사적 위협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쯤 "북한이 이 시각 현재 연평도 북방에서 사격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 군은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우리 측 피해는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 옹진군은 이날 오후 4시 43분 연평도 등 서북도서 주민에게 “북한 측에서 현재 포성이 청취되고 있다”며 “주민께서는 야외활동에 주의 당부드린다”는 문자 공지를 보냈다.

북한군이 서북도서 지역에서 해안포 도발을 감행한 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국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뉴스1

북한군이 서북도서 지역에서 해안포 도발을 감행한 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국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뉴스1

북한군이 감행한 일련의 포격 도발은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자를 가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관철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고, 북한의 내부 결속을 꾀하는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보당국은 오는 8일 김정은의 40번째 생일을 전후해 군부가 충성경쟁 차원의 대남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주역인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과 목함지뢰 사건을 주도한 이영길 총참모장·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을 일선에 복귀시킨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한 해안마을 인근에 설치된 해안포의 포문이 열려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으로 포탄 60여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한 해안마을 인근에 설치된 해안포의 포문이 열려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으로 포탄 60여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지시에 간 보기 나선 北

새해 벽두 사흘 연속 진행된 북한의 포사격은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 국가'로 재정의한 것에 대한 군사적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 육로와 육로 인근 감시초소(GP) 일대에서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고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한 GP를 복원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선'을 넘지 않는 식으로 첫 도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5일 첫 포격 당시 일부 포탄이 NLL 북쪽 7㎞까지 근접했으나, 대부분은 서해 NLL 이북에 위치한 해상 완충구역을 향했다는 점에서다. 북한군은 두 번째 포사격을 감행한 지난 6일엔 서남쪽이 아닌 서쪽 방향으로 전날 200여 발의 절반에 못 미치는 60여 발을 장사정포와 야포 위주로 섞어 쐈다.

군 소식통은 7일 포격과 관련해 "북한군 포탄이 서해 NLL 이남으로 낙하한 것은 없고, 우리측 피해도 없다"며 "우리 군의 대응 사격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해상실탄 사격방향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간접적인 영향도 주지 않는다"며 자위권 차원의 자체 훈련이란 점을 강조한 북한군 총참모부의 발표 내용(5일)과도 맥을 같이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전문가 사이에선 대북 정찰·첩보 능력과 군사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한·미의 대응 수위와 양상을 떠보기 위한 '간 보기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강조했기 때문에 점차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며 압박수위를 높여올 것"이라며 "서북 5도 지역에서의 포격 도발로 한·미의 대비 태세를 점검하면서 최전방 전선 지역 등지에서 국지도발을 벌이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전날 도발과 관련해 "우리 군대는 130㎜ 해안포의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60회 터뜨리면서 대한민국 군부 깡패무리들의 반응을 주시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정보당국의 탐지·추적능력을 의심케 하는 한편 담화에 대한 진위공방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 정보당국은 북한의 군사활동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며 "김여정 담화문은 우리 군의 탐지능력에 대한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최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즉·강·끝'(도발 시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 원칙에 대해 "(즉·강·끝이) 즉사, 강제죽음, 끝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남남갈등' 조장…내부 결속 목적도

사흘 간 이어진 포사격이 총선을 앞둔 한국의 여론 분열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은 지난 2일에 발표한 담화에서 자신들이 군사력을 키우는데 공헌한 '특등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비꼬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해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북한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갈라치기를 시도해 국내 여론을 분열시키는 전통적인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7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서해상 포사격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북한군이 6일 오후 4시쯤부터 5시쯤까지 연평도 북서방에서 60여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북한군은 5일에도 백령도 북쪽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쪽 등산곶 일대에서 200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고 우리 군도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5일과 달리 우리 군은 6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뉴스1

7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서해상 포사격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북한군이 6일 오후 4시쯤부터 5시쯤까지 연평도 북서방에서 60여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북한군은 5일에도 백령도 북쪽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쪽 등산곶 일대에서 200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고 우리 군도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5일과 달리 우리 군은 6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뉴스1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포격 도발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 정국을 앞두고 국내 여론을 분열시키는 전략도 잠재적인 측면에서 계속 이어가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 입장에선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려서라도 내부 결속을 다지고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골몰하느라 경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 12개 고지가 모두 점령됐다"고 밝히며 경제 분야의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외 정보기관에선 재제와 국경 봉쇄의 장기화에 따른 내부자원 고갈로 상당수의 주민들이 여전히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앞서 지난 5일 북한 당국이 북한군 총참모부 입장을 북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읽는 노동신문에 게재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미의 군사훈련을 엄중한 군사적 위협으로 부각해 누적된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얘기다.

4년 차에 돌입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달성을 위한 추동력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도 내부 결속이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앞서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7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5개년 전략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사실상 실패를 자인하면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내놨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일부 숨통을 트였지만, 경제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북한은 위기를 내부 결속 기회로 활용하며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한 조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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