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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굴 먹고 밤새 설사"…겨울 식중독, 5주새 5배 급증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원도 강릉에 사는 A씨는 최근 마트에서 파는 봉지 생굴을 먹고 난 뒤 10여분 간격으로 설사를 하며 밤새 고생했다. 두통에 오한 증상까지 있었다. 병원 진단 결과 노로바이러스였다. A씨는 “여태 생굴을 먹고 탈 난 적이 없는데 처음”이라며 “노로바이러스 걸리고 나서 굴을 안 먹는다는 사람이 이해된다. 익힌 굴도 한동안 멀리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의 한 소아과가 진료 대기를 앞둔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9일 서울의 한 소아과가 진료 대기를 앞둔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최근 노로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5주 새 환자가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7일 질병관리청이 상급종합병원 등 전국 206곳 표본감시기관 환자를 감시한 현황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신고된 환자는 최근(12월 24∼30일) 268명으로 집계됐다. 11월 5~11일(49명)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5.5배로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줄면서 환자가 감소했던 전년 동기간(22년 178명)보다는 많지만 코로나 이전(19년 280명)과 비교하면 비슷한 추이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노로바이러스 환자는 통상 11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 3월에 많이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는 4765명인데, 11~4월에 70.8%(3378명) 집중됐다.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이 높아지는 건 바이러스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번식력이 떨어지지만, 노로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더 강해진다.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감염력이 높아진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잘 살아남는다. 겨울철에는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도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 주요 원인 식품으로는 익히지 않은 어패류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외 채소류와 지하수 순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겨울에는 굴 같은 어패류를 간단히 씻고 먹는 경우가 많은데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더 잘 보존된다”라며 “찬 생굴을 먹은 뒤 감염되는 경우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어패류는 중심 온도 85도에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야 한다”라며 “노로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이 있는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 안에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복통이나 오한·발열을 겪는다. 영아나 면역저하자 등은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관한 안내물.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관한 안내물.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노로바이러스는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을 막으려면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해 손을 씻을 땐 비누 등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가락과 손등까지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

환자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파나 환자의 비말 등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질병청은 “환자의 구토물 자리나 접촉 환경, 사용한 물건 등에 대해 가정용 락스 희석액 등으로 소독하는 게 좋다”라고 밝혔다. 배변 후 물을 내릴 때에는 변기 뚜껑을 닫아 비말로 인한 확산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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