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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주말 발칵…오스틴 국방 '나흘 몰래 입원' 자리 비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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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드 오스틴(오른쪽) 미 국방장관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2022년 12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이종섭 국방장관 환영식 중 한 장면. AF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오른쪽) 미 국방장관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2022년 12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이종섭 국방장관 환영식 중 한 장면. AFP=연합뉴스

미국 내각 서열 6위인 국방장관이 입원 사실을 숨겼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워싱턴DC가 주말 사이 발칵 뒤집혔다. 국방부인 펜타곤과 백악관 사이의 조율이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비치면서, 올해 11월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도 악재일 수 있다는 논란까지 나왔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및 가자지구 전쟁 등 다양한 국제사회 분쟁에 직면해 있는데, 이 상황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국방장관이 자리를 나흘이나 비운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현지시간) 육군 시설인 월터리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의장, 국무부장관, 재무부장관에 이은 서열 6위다. 그가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다는 사실은 백악관에는 당연히 보고해야 하지만, 오스틴 장관은 침묵을 택했다. 대신 캐슬린 힉스 부(副)장관에게 조용히 임무 대행을 맡겼다. 입원 사실은 그러나 지난 5일 미국 매체들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백악관은 분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국방부 기자단 역시
"미국 국방장관이라는 공인의 사생활이 국가 안보보다 중요한가"라고 지적하는 항의 서한을 냈다.

2009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가운데)과 로이드 오스틴(바이든의 오른쪽, 붉은 모자( 장군이 장병 귀환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오스틴 전 장군을 국방장관으로 낙점했다 . EPA=연합뉴스

2009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가운데)과 로이드 오스틴(바이든의 오른쪽, 붉은 모자( 장군이 장병 귀환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오스틴 전 장군을 국방장관으로 낙점했다 . EPA=연합뉴스

오스틴 장관은 왜 입원했을까. 이유조차 명확하지 않다.장관 본인과 펜타곤 측은 7일 현재까지도 "수술 후유증"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는 올해 70세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늘로 업무에 완벽히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세한 사실은 사생활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 NYT는 "국방장관이 백악관을 깜깜이로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수의 (백악관) 고위 안보 관계자들은 '국방장관의 입원 사실을 몰랐다'면서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폴리티코는 "다음 국방장관은 누가 될까"라는 기사까지 6일 게재했다.

기자단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스틴 장관이 은둔형에 가까워서다. 기자단뿐 아니라 외부에 활동을 공개하는 걸 꺼린다. NYT 등 보도를 종합하면 오스틴 장관은 출장을 가서도 혼밥을 선호한다고 한다. NYT는 "호텔에서 룸서비스 등으로 혼자 식사를 해결하며, 기자는 물론 외부 인사들과의 만남 자체를 최소화한다"고 전했다. 해외 출장지에서 심지어 자신의 카운터파트들과의 접촉 역시 최소화하는 게 그의 성향이라고 한다. 기밀 보호 및 유지 차원을 떠나, 오스틴 장관이라는 사람의 성향 자체가 그렇다는 맥락이다.

미 국방부 펜타곤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방부 펜타곤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타고난 성향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가 세계 최강의 군대를 통솔하는 국방장관이라는 상황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그가 업무 대행을 몰래 맡겼던 지난 4일,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란의 배후인 현지 민병대 지휘관에 대한 공격을 실행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자지구 전쟁이 한창인 데다 중동의 화약고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던 때, 국방장관이 공석이었던 것이다. 백악관의 한 관료는 익명을 전제로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었다"고 NYT에 말했지만, 이렇게 해명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안보에선 비정상이다.

오스틴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펜타곤의 총지휘자가 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국방장관이 된 인물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에 대한 불신임 목소리가 각계에서 커지는 분위기다. 야당인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은 오스틴 장관이 왜 백악관에 자신의 입원을 명확하게 보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튼 의원은 "국방장관이 나흘 이상 공석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이라며 "유사시 긴밀한 공조를 하고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인물이 자리를 비운 이유를 프라이버시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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