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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반려동물…중동 부호들 씀씀이 뒤엔 문화적 관대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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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문성환(오른쪽) 주아프가니스탄 대리대사가 카타르의 오랜 지인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문성환(오른쪽) 주아프가니스탄 대리대사가 카타르의 오랜 지인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인생이란 바다는 때로 생각지도 않은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문성환 주아프가니스탄 대리대사의 인생도 그랬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그가 외무고시를 보고, 카타르 등 중동 지역 근무를 세 번 하고, 외교부 서울본부에서 아프리카ㆍ중동국장까지 역임할 줄은 그도 몰랐다. 중동이라는 곳은 흥미롭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알아야 더 잘 보이는 곳이다. 그가 시간을 쪼개어 책 『CEO가 알고 싶은 중동 이야기』(박영사)를 펴낸 배경이다.

책을 펼치면 다양한 사진과 그래픽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그 중엔 반려동물로 키우는 표범을 고급 승용차 옆자리에 태운 중동 부호의 사진도 있다. 문 대리대사를 이메일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엔 2022년 부임했다. 이곳을 장악한 무장세력 탈레반을 한국 정부는 인정하지 않기에, 정식 대사가 아닌 '대리 대사'의 형식을 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굳이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중동 이야기로 초점을 둔 까닭은.  
"우연이 겹쳐 중동 근무를 수차례 하면서, 중동에 대해 쉽게 읽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동이라고 하면 이슬람, 석유, 전쟁 또는 테러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고정관념과는 상당히 다른 다양성의 지역이다. CEO라는 표현은 중의적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 인생의 CEO이기도 하니까."  
중동을 기회의 땅으로 삼기 위한 방법론은.  
"한국의 경제발전에서 중동이 외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주던 때가 있었다. 중동은 한국에 기회의 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동에 상주하는 해외동포는 현재 (전체 해외동포 비중에서) 1%가 채 안 된다. 그러나 여전히 중동엔 기회가 다양하며, 한국인의 특징은 중동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 역량 및 근면·성실 등의 특징이 그러하다. 게다가 지금은 미ㆍ중 경쟁 구도 속에서 중동과의 관계에 역량을 쏟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책 표지. 박영사

책 표지. 박영사

가자지구 비극의 향방은 어떻게 전망하나.  
"전쟁은 합리적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화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미국 입장에서도 국제 여론과 중동 지역에서의 입지를 고려하면 이스라엘만을 지지하기도 없는 형편인 점도 고려해야 해서다."  
중동의 한 부호가 반려표범을 차에 태운 사진이 실린 책『CEO가 알고 싶은 중동 이야기』.

중동의 한 부호가 반려표범을 차에 태운 사진이 실린 책『CEO가 알고 싶은 중동 이야기』.

표범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진이 흥미롭다. 부의 축적이나 과시에 적극적인 중동의 면모에 관해 설명해달라.  
"과시적 소비를 하는 이들이 일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과장된 측면도 있다. 중동 역시 나라마다, 계층마다 소비문화는 천차만별이다. 이슬람교의 경우는 경제적 성공을 일군 사람이라도 '자캇(zakatㆍ기부 또는 자선)'의 의무를 다한다면 그 밖의 씀씀이는 자유라고 보는 문화적 관대함도 있다."  
중동의 젠더 문제는 현지에서 볼 때 어떻게 평가하나.   
"성 평등 격차 지표들로 보면 중동의 여성 권익은 매우 뒤처진 것으로 보이지만, 서구적 가치에 기준을 둔 지수에만 방점을 찍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막상 중동에 와서 보면 다르다. 아랍에미리트(UAE)처럼 22세 여성 장관을 임명하는 파격도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처럼 여성의 교육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중동 지역 25개국에서 여성은 각기 나름의 현실적 역할과 지위를 갖고 있다."  
엑스포의 예처럼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부국이 국제이벤트 유치에 열심인 까닭은.  
"이런 초대형 이벤트는 국가브랜드를 만들어낸다. 한국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해오지 않았나. 사우디가 독자 리그까지 만들며 골프ㆍ축구ㆍ격투기 등 종목을 쓸어모으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 정치적 비판을 스포츠로 희석하는 것)'이라는 건 단편적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산유국들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 개조 비전의 일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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