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겨우 집 장만" 韓 43.7세, 美는 36세…전 세계 청년 현실 이랬다 [세계한잔]

중앙일보

입력

세계 한잔

세계 한잔’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미국 메릴랜드 주에 사는 브랜든 폴린은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 집에서 함께 살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남동생과 지하 공간을 같이 썼는데, 동생이 밤새 친구들과 놀던 탓에 잠을 자기 힘들어 짜증 났다"고 전했다. 지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모 집에 얹혀살며 폴린은 번 돈을 악착같이 저축했다. 그는 결국 2022년 6%대 금리로 대출을 얻어 신혼집을 장만해 독립했다.

세계 각국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선 폴린처럼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었다. 영국에선 생애 첫 주택 구매 건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서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었다. 픽사베이

미국서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었다. 픽사베이

1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미국에선 ▶치솟는 월세▶모기지금리 상승▶높은 주택가격 때문에 부모와 동거하며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게 요즘 추세다. 미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주택 최초 구매자의 27%는 월세 등을 내며 독립하는 대신, 집을 사기 직전까지 부모 등 가족에 얹혀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9년 통계 추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미국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독립할 나이에도 부모 집에 산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25~34세 남성의 20%가 부모 집에 산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 구매 가능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청년들이 월세 절약과 집값 마련을 위해 부모 집에 사는 건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월세·대출 금리·집값 고공행진 탓 

왜 미국 청년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을까. 우선 월세가 비싸진 탓이다. 미 부동산 임대사이트 렌트닷컴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전역에서 월세가 20% 올랐다. 특히 뉴욕(4300달러·약 558만원), 샌프란시스코(2970달러), 마이애미(2600달러) 등의 대도시들의 월세가 비쌌다.

NAR의 제시카 라우츠 리서치 부문 부회장은 WP에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생)는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임대료까지 감당해야 한다"면서 "이들은 내 집 마련에 있어 많은 장애물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2023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학자금 빚 탕감 집회 중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위자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2023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학자금 빚 탕감 집회 중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위자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코로나 전에는 연 3~4%대에서 최근 7%대 안팎으로 치솟았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에서 모기지로 주택을 살 때 이자 부담이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주택가격은 코로나 기간인 2020년 봄에서 2022년 가을 사이 49% 급등했다. 이렇게 집값이 오르자 일부 젊은 층은 내 집 마련을 아예 포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 나이 美 29세→36세

청년들이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내 집 마련을 꿈꿔보지만, 꿈을 실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36세로 부모 세대(29세)보다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20~30대의 주택 구매 비율은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문은 "미국 청년층은 부동산 문제에서 절망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부모와 동거하는 이들이 늘다 보니 미국에서 다세대 가구가 급증했다. 퓨 리서치센터는 "다세대 가정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1970년대 이후 4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2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생애 첫 주택구매자 수는 지난해 29만명으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전년도인 2022년 37만명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매체는 영국에서 모기지 이자율 상승, 비싼 부동산값 탓에 생애 첫 주택구매자 수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韓 최초 주택구매 나이 '마흔'…청년 58%는 캥거루족

청년의 내 집 마련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미국·영국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생애최초 주택 구매 평균연령은 39.9세(2020년)였다. 조사 시점(2020년)을 기준으로 최근 4년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세대주의 평균 연령은 43.7세로 2019년(42.8세)보다 높아졌다.

또한 2022년 국무조정실에서 주관한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57.5%는 부모와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67.7%는 경제 여건이 나빠 당분간 독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중앙일보에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낮은 임금과 소득 불평등이 청년들의 주택구매를 어렵게 한다”면서 “지역 불균형 발전 때문에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주택 보유가 더욱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를 해결하려면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면서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망대 너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망대 너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