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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이미 7%인데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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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은행이 6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향후 더 오를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39~7.13%로 집계됐다. 우대금리까지 포함한 실제 취급금리는 이보다 더 낮지만, 일단 상품에 기재된 대출금리의 상단은 연 7%를 넘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3.99~6.82%)와 신용대출 금리(4.94~6.61%)도 상단이 7%대에 육박했다.

잇단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대출 원가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예금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는데, 최근 이 두 곳에서 모두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우선 예금시장은 1년 전 출시했던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수신 경쟁이 다시 붙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 발행이 막히자, 자금을 구하기 위해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이 영향에 제2금융권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갔다. 금융권 추산으로 지난해 4분기 금융사들이 수신한 자금은 약 10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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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1년인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하면서 금융사들이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연 4~4.05%로 모두 4%가 넘었다. 지난달까지는 평균 연 3.65~3.7%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0.3%포인트 넘게 올랐다.

채권시장 사정도 비슷하다. 고금리 장기화와 이스라엘 전쟁의 여파로 미국 장기채 금리가 최근 치솟으면서, 이에 영향을 받는 채권금리도 기준금리 동결과 상관없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예금시장에서의 과도한 수신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한 것도 채권금리를 자극했다.

실제 은행채 5년물(AAA등급)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4.713%를 기록했다. 해당 금리는 지난 5월 4%를 갓 넘어섰지만, 이후 상승세를 기록하다 최근에는 5%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 채권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18일 은행채 발행과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대출금리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 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늘려왔다. 하지만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억제책을 발표하면서 가산금리를 다시 올리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신규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및 인하를 반영해 3.4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9월에는 이보다 0.38%포인트 오른 3.82%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중 대출금리가 당분간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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