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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재두루미 어디 갔나?…주남저수지 안 찾는 천연기념물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국내 대표 철새도래지…‘한반도 나그네새’ 인기인 그곳

재두루미가 국내 대표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에서 날고 있다. 연합뉴스=최종수 생태사진가

재두루미가 국내 대표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에서 날고 있다. 연합뉴스=최종수 생태사진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면적 898만㎡). 축구장(7140㎡) 12개가 넘는 광활한 크기의 농업용 저수지다. 1970년대 중반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한 해 100만명 이상 탐방객이 찾는 생태관광지가 됐다. 가창오리 군무 등 수많은 철새를 볼 수 있는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로 알려지면서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ㆍ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월동지로 인기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재두루미는 극동아시아에서만 분포하는 종으로 몽골 동부, 러시아와 중국 국경지역에서 번식하는데 한국과 중국 양쯔강 유역, 일본 이즈미에서 월동한다. 10월 하순에 찾아와 이듬해 3월 하순에 되돌아가는 드문 겨울새다.

이 때문에 한반도를 지나가는 ‘나그네새’이자 ‘겨울철 진객’으로 불린다. 창원시는 주남저수지를 찾는 재두루미 등 겨울 철새 서식환경 보전을 위해 볍씨(1일 200㎏)를 뿌리며 월동을 돕고 있다.

재두루미 개체 수↓ 올겨울 어디 갔나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중앙포토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중앙포토

그런데 이번 겨울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 개체 수가 크게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창원시에 따르면 올 새해 첫날(1일) 관찰된 재두루미는 569마리다. 지난달 최대 개체 수도 980마리에 그쳤다. 지난 겨울에 최대 1417마리(2023년 1월), 1154마리(2022년 12월)가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다.

역대 가장 많은 재두루미가 주남저수지를 찾았던 겨울(2020년 12월~2021년 2월)에는 매월 최대 1244마리, 1837마리, 2211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창원시 주남저수지과 관계자는 “이때는 조류독감 영향 탓에 일본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어려운 철새들이 이례적으로 많이 왔다”면서도 “이번 겨울은 반짝 추위를 제외하곤 따뜻한 날씨 등 복합적인 영향이 있다”고 했다.

①기후 변화?: 따뜻한 겨울, 중부서 안 내려오나

지난해 1월 혹한 속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 연합뉴스=최종수 생태사진가

지난해 1월 혹한 속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 연합뉴스=최종수 생태사진가

행정당국은 기후 변화로 인해 다소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재두루미가 아직 덜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재두루미는 초겨울에는 주로 강원도 철원 등 중부지방에 머물다, 한파가 더 심해지면 주남저수지 등 남부지방으로 남하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철원의 월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7.2도로, 전년 같은 달 영하 12.7도보다 높다.

시 관계자는 “지금 철원에 약 5000마리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날씨가 더 추워지는 1월 중순쯤이면 더 많은 개체가 관찰될 것이고, 날씨가 서서히 풀리는 2월 말에는 일본에 있던 개체가 ‘중간 기착지’로 주남에 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②수위 때문?: 예민한 철새, 잠자리 부족했나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중앙포토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중앙포토

개체 수가 감소한 것은 재두루미에게 안정적인 잠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재두루미 주요 잠자리는 주남저수지 안에 있는 갈대섬이다. 길이 150m, 폭 10~15m쯤 되는 모래톱이다. 발목 정도가 물에 잠길 수심이 얕은 이곳에서 재두루미는 삵 등 천적이 접근하면 물에서 파장을 느끼고 도망간다.

갈대섬은 수위가 3.4m 정도 되면 공간이 드러난다. 현재 주남저수지 수위는 3.35m 정도다. 환경단체 등은 3.2m까진 낮춰야 충분한 잠자리가 마련된다고 주장해왔다. 재두루미는 발목(20㎝ 내외)은 물에 잠기되, 꽁지깃이 물에 닿는 싫어하는 ‘까탈스런 성미’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남저수지 어촌계(동읍 내수면자율관리공동체)는 저수지 수량이 줄면 봄철 수질이 나빠져 어로 행위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선 주민·환경단체 등과 논의해 원만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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