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 국민 버리고 가족 선택”…‘김건희 전선’ 넓히는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한 5일,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세를 퍼부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을 버리고 가족을 선택했다”며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발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거부권 행사로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덧붙였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2021년 12월 29일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하는 겁니다”라고 발언한 영상을 틀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당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특검’에 힘을 싣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이때 한 말을 잊어버린 거냐”고 비판했다.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은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은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최고위가 끝난 직후인 오전 10시 국회 본청 앞에서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함께 특검 거부 규탄대회도 열었다. 참가자들은 ‘특검 거부 규탄한다’, ‘김건희 방탄 거부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김건희 방탄 거부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은 “헌법상 대통령 법률 거부권이 방탄 거부권이 된 치욕적인 날”이라고 공격했고, 발제자로 나선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성과 평등의 측면에서 대통령 본인이나 가족이 관련된 법률안은 거부권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 쌍특검법 국회 재논의 요구 안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 쌍특검법 국회 재논의 요구 안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날 대통령실이 밝힌 ‘제2부속실 설치 검토’ 입장을 두고도 야당은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해 2, 3월 쌍특검법이 발의될 때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은 통화에서 “특검은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것이고, 제2부속실은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예비 차원인데, 지금 그걸 들고나오는 것은 생뚱맞다”고 비판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늘 나오던 제2부속실 이야기를 마치 새로운 이야기처럼 끼워팔기하는 윤 대통령식 조삼모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제에 대해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서 보내온다면 우리는 지명할 수밖에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사실상 특별감찰관을 도입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민주당 관계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재표결 서두르는 대신 김건희 여론전 키우는 민주당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서는 쌍특검, 그중에도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전선을 넓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키우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재표결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에서는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안건 상정을 위해서는 여야 협의부터 해야 하므로 9일 재표결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박주민 원내수석)는 이유다.

특히 향후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여당 의원의 이탈표를 취하려면, 재표결을 서둘러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이 야당 내에 많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298명)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199명)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야권 의석을 합하면 180석가량이다. 야당 입장에선 여당 이탈표를 최대한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

민주당 측은 향후 헌법재판소에 거부권 행사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여권을 압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오는 8일 홍 원내대표가 전문가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법적 대응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