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구감소지역‘세컨드 홈’사면 1주택 간주…‘생활인구’늘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부의 새해 경제정책은 ‘위기관리’에 방점이 찍혔다.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은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다. 그간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자 당장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생활인구(등록인구+체류인구)’를 늘리겠다는 청사진이다. 먼저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 지역에 주택 한 채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주택보유·거래에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이른바 ‘세컨드 홈(별장) 활성화 대책’으로 타 지역에 집이 있는 사람도 인구감소 지역에 세금 부담 없이 집 한 채를 더 살 수 있게 해 사람들을 유입시키겠다는 유인책이다.

에너지 바우처 등 예산 11조, 민생 챙기기

여기에는 지방 부동산 경기 둔화를 막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얼어붙은 지방 건설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비수도권개발부담금을 100% 면제하고, 학교용지부담금도 50% 감면한다. 또 방문인구 확대를 위해 5만~30만㎡ 규모의 ‘미니 관광단지’도 신설한다. 관광단지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우선 설치·개발부담금 면제 등 각종 혜택이 지원되는데, 기존에는 50만㎡ 이상이어야 지정할 수 있어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기준을 10분의 1로 줄이고 관광단지 지정·승인 권한도 시·도지사→시장·군수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대거 재정을 풀거나 기존 감세 기조를 확대하는 대신, 잠재 위험 요소를 사전에 막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기조 아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1.4%)보다 0.8%포인트 오른 2.2%로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3.6%)보다 1%포인트 낮아진 2.6%로 내다봤다.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310억 달러에서 올해 5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대규모 감세가 핵심인 지난해에 비해 ‘무색무취’에 가깝다. 정책의 신설·폐지보다 확대나 연장·감면이 대부분이다. 정책 초점은 잠재위험 관리에 맞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85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경방에 화끈한 대책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우선 정책의 실탄인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해서다. 올해 나라 살림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 규모는 92조원으로 예상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최대 무기가 재정인데 문재인 정부 시절 방만한 지출과 현 정부 출범 후 세수 급감으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예산 지출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세제 개편을 통한 경제 활성화도 ‘여소야대’ 국회 상황 때문에 여의치 않다. 법인세 인하, 상속세 개편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경제 정책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런 배경에서 제시된 올해 경방은 민생 챙기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우선 서민의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올 상반기 중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에너지 바우처 등 예산으로 10조8000억원을 잡아 놨다. 전년보다 1조8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또 올해 상반기 안에 과일 21종의 관세를 면제하거나 인하해 30만t을 들여올 예정이다. 공공요금은 올해 상반기까지 동결 기조다.

고금리 대책으로는 올해 1학기 학자금 대출금리는 1.7%로 동결된다.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한도는 연 3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상향된다. 근로자햇살론의 경우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라간다.

토익 등 어학성적 인정기간 2년5년

소비 심리를 살려 내수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담겼다. 올해 상반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20% 소득공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전통시장 소득공제율은 올해 한시적으로 40%에서 80%로 상향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경제 역동성을 강화할 대책도 담겼다. 3대 입지규제(그린벨트·농지·산지) 개선 추진이 대표적이다.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할 목적으로 올해에만 외국인력을 26만 명 이상 데려올 예정이다. 전년에 비해 50% 넘게 불어난 수치다.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정책도 준비했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아파트 제외 소형·저가 주택을 매입할 시 올해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200만원까지 감면해 주고, 추후 청약 시 무주택자의 지위를 유지하게 해준다. 또 세무사나 변리사·공인회계사 등 국가전문자격시험에서 공인어학성적의 인정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 취업준비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 고꾸라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는 3년 차로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레임덕에 빠지기 전 경제정책을 힘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며 “저출산·고령화 대응, 규제 개선, 교육·연금·노동개혁 같은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