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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악수” 서두르는 북한·일/내년 1월 평양회담 의제와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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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엔 교섭위한 의중 타진/「전후보상」문제 최대 걸림돌/경협자금규모 싸고 신경전 거셀듯
일본과 북한이 내년 1월 하순부터 국교정상화 본회담을 개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일­북한간 국교수립도 시간문제로 됐다.
일본내 한 소식통은 일­북한 국교수립 시기와 관련,북한은 「91년중 국교정상화」를 지시한 김일성의 지침에 따라 움직일 것이 확실하나,일본측은 전전·전중의 일본 국가 및 국민의 재산청구권은 법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어 빨라도 2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일성 80세등 감안
일본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92년이 국교수립의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는데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이들이 92년을 데드라인으로 생각하는데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다.
▲북한의 경우 92년 4월 김일성이 80세 생일을 맞이하며 국내 건설계획도 이 때를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이를 계기로 북한 노동당이 제7차 당대회를 열고 당 수뇌인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의 권력형태를 둘러싼 논쟁으로 국내정치의 격화가 예상된다.
대통령제가 계속된다면 92년 말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것이 확실해 노태우 대통령의 후계자 선출이 정치적 파란요소다.
▲미국은 11월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므로 만약 민주당 대통령이 탄생하면 미­북한간 관계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천안문사건 이후 보수·개혁 양파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제14차 당대회가 예정되고 있어 당 수뇌부의 대폭적인 이동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성명서등 의식 치중
이렇게 볼 때 92년 대변동기를 일·북한 양국이 의식,국교수립을 서두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일단 국교수립의 시기를 설정해 놓은 상황에서 양국 정부는 앞으로 있을 본회담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 나가는데 입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동경)신문은 일본측 관계자의 입을 빌려 앞으로 진행될 본회담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내년 1월 하순 평양에서 열릴 제1차 회담에서는 통신사정이나 공관시설 불비 때문에 본격 교섭은 곤란해 서로 성명서 낭독등 의식적 측면에 치중할 것이다.
○회담은 장기화 예상
이어 제2차 동경회담,제3차 북경회담으로 회담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논의도 점차 구체성을 띠어가기 시작,대표단도 대규모로 구성되고 회담일정도 장기화 될 것이며,필요에 따라선 테마별로 분과회를 설치하는 등 본격화할 것이다.
북한측이 가장 관심을 보일 의제는 바로 「국교정상화에 따르는 경제적 제문제」로 일본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낼 형식,규모,시기,조건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다.
또 원리금 합계 약 8백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대일 채무해결이나 일본의 북한에 대한 전전·전중 민간투자분의 청구권문제 등 예상되는 암초도 많다.
일본이 북한에 청구권 및 경제협력의 명목으로 제공할 경협자금 규모는 대체로 약 8천억엔(60억달러) 정도라는 것이 일본 언론계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다.
자민당의 한 소식통은 『65년 한국에 지불한 유·무상을 합친 5억달러를 현재 가격으로 환산하고 83년 나카소네(중증근강홍) 정권하에서 한국에 제공한 엔차관 약 42억달러를 추가,그리고 한국에 대한 배상보다 시기상 25년 늦어진 것을 감안,플러스알파할 때 그정도 금액이 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북한선 1조엔 요구
이는 북한측이 가네마루(금환) 방북단에 비밀리에 제시한 1조엔과 일본측이 제시한 5천억엔의 타협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 한 소식통은 본회담에서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될 것을 감안,GNP 1천달러 이하의 개발도상국가에 제공되는 개발원조차관을 연리 4%로 25년간 상환조건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측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국교수립 전 경제협력을 조속히 시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다 약 8백억엔 규모의 대일 채무도 미얀마에 한 것과 같은 「장부상 일괄면제」 방식을 요청하고 있어 이 경우 관련 채권기업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도 앞으로의 관심사로 주목된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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