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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PF 사업장 총 60개…당국 “옥석 가려 일부 강제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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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대응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위험 요인들을 정밀 관리하면 부동산 PF 및 건설업 불안 요인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오른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대응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위험 요인들을 정밀 관리하면 부동산 PF 및 건설업 불안 요인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오른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태영건설이 결국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채권단이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정부도 ‘태영건설 리스크’ 확산 방지를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발표했다.

28일 오전 태영건설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산은은 즉각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보했다. 산은은 “금융채무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의 강제적 조정 없이는 위기 상황의 타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채권자들은 내년 1월 11일까지 논의를 거쳐 회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회생 가능성이 보이면,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한 뒤 최대 4개월간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태영) 계열주가 1조원의 자구노력을 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가 있고, 그다음에 골프장을 담보로 대출도 받고, 태영건설의 주주인 티와이홀딩스가 에코비트를 판 자금도 넣는 식”이라며 “더 추가적인 자구계획은 지금 산은에 제출했다”고 했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약 1조2565억원이다.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까지 신청한 만큼 문제 PF 사업장의 강제적 정리는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사가 개입된 태영건설 부동산 PF 사업장은 총 60개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본격적 PF까지 진행한 주거 사업장(25개) 중 분양을 마친 곳은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브리지론 단계 사업장(18개)과 비주거 사업장(17개), 주거 사업장 중 분양을 진행하지 못한 곳은 대주단이 사업성을 판단해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일단 공사는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 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 1만9896가구다. 이 중 14곳(1만2395가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다. 일반적으로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은 HUG 분양보증에 가입한다. 다른 6개 사업장(6493가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것이며, 나머지 2곳은 신탁사나 지역주택조합보증이 시행하는 사업장이다.

다만 정부 노력에도 태영건설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사 특성상 이렇다 할 자산이 많지 않은 데다, 이미 워크아웃 신청 전 태영 측이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았다는 분석 때문이다. 태영 측이 서울방송(SBS) 등 우량 계열사의 매각 등에 소극적인 점도 자구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

정부는 태영건설 위기가 다른 건설사나 또 다른 위기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374%)과 부채비율(258%)이 타 건설사보다 유독 높은 만큼, 이들의 사례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1년 전 레고랜드 사태의 재현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태영건설은 1973년 윤세영 회장이 세운 태영개발이 모태다. 윤 회장은 2019년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손을 놨지만, 태영건설이 올해 자금난에 빠지며 이달 4일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PF 부채에 발목이 잡히며 90세 ‘왕회장’의 복귀도 허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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