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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이 지표에 희비 엇갈린다…단위노동비용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외식 물가 상승에 가성비 좋은 대형마트 즉석 조리식품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즉석 조리식품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외식 물가 상승에 가성비 좋은 대형마트 즉석 조리식품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즉석 조리식품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내년 물가의 주요 변수로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 점검 설명회에서 향후 물가 안정 목표 2% 달성을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단위노동비용 상승세를 꼽았다. 단위노동비용이란 상품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기업이 부담하는 인건비 등을 말한다.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하면 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이 상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커진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의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2.7%로 팬데믹 이전(2015~2019년) 시기 1.9%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1인당 명목임금 상승률은 임금 총액 기준 2.5%로 팬데믹 이전(3.8%)에 비해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생산성(1.9%→-0.2%)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문제는 기업이 단위노동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 물가가 오를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정선영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1분기 정도 선행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 조사국이 한국소비자원 빅데이터(가공식품 164개+공업제품 45개 품목)를 토대로 기업의 가격인상빈도를 분석한 결과 2020년 4분기 이후 가격을 인상한 횟수가 크게 늘었다. 2020년 4분기에는 월 평균 4.6%였는데 2023년 1분기에는 11%로 2배 이상 가격을 자주 올렸다. 이 시기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2020~2021년 1.3%에서 2022년 5.3%로 치솟았다.

올해 2분기 이후로는 정부의 물가 관리 강화 등 영향으로 가격인상빈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정익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단위노동비용 증가와 이로 인한 파급 효과가 물가를 다시 부추길 만큼은 아니지만 물가 안정 목표인 2% 도달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한편 미국은 최근 단위노동비용 둔화 추세에 안도하고 있다. 미 노동 통계국(BL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단위노동비용이 연율 1.2% 하락해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코메리카 은행의 빌 아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노동시장 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되면서 임금ㆍ물가 문제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날 위험이 줄어들어 연방준비제도(Fed)가 2024년 금리 인하로 선회하기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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