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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피벗 기대...고정금리 대출 비중 1년여 만에 40% 이하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앞을 이용객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앞을 이용객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커지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에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이 1년여 만에 40% 이하로 줄었다.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중 고정금리 비중은 39.3%로 전월 대비 7.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1월(36.8%) 이후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도 10.5%포인트 하락한 56.7%로 지난해 9월(50.1%)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둘 다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는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차(변동형-고정형)가 축소된 영향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4.64%에서 4.49%로, 고정형은 4.53%에서 4.47%로 낮아졌다. 변동형(-0.15%포인트)이 고정형(-0.06%포인트)보다 더 크게 하락하면서 금리차도 지난달 0.11%포인트에서 이달 0.02%포인트로 좁혀졌다.

아직은 변동금리가 더 높은 수준인데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늘고 있는 이유는 미국 등 주요국의 피벗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 금리 하향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되는데 이 경우 변동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나 폭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지만 내년 중 금리 인하라는 방향성은 짙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장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향후 고정금리 비중은 시장금리의 향방에 달려있는 만큼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1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3.2%로 지난해 4월(3.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석유류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지난달(3.8%) 보다 둔화했다. 한은은 내년 연말쯤 물가 안정 목표인 2% 부근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고물가 시기에는 기대인플레가 더디게 떨어지고, 이러한 심리가 실제 물가에 반영되면서 물가 둔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정익 한국은행 물가고용부장은 “고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빠르게 상승했다가 실제 물가가 떨어질 때 기대 인플레가 더디게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대 인플레와 실제 물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물가안정 목표 2% 도달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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